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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녹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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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원스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3회 작성일 16-01-2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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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녹이는 이유


오늘도 구두를 녹이는 이유는 부드럽게 변형된 
심장을 또각또각 잘라내고 싶기 때문이다  

의미 없이 줄어드는 빨간 카펫의 올이 풀리고 있다 
너덜해진 올의 첫 부분을 지겹게 지니고 가는 
꽉 조여진 배꼽에는 무언가를 넣은 것도 
처음부터 있었던 것도 없다 

유리로 만든 줄에 걸려 넘어지는 무릎은 
계단 사이에서 끊어졌다 
펴져서 끊어지거나 접힌 채로 끌고 가거나 
둘 다 한심하기에  잠시 버려둔다 

구두를 신고 우유를 저장하고 콜라에 쏘이고 
술에 넘어지는 시간은 대략 열시 
알람은 세시에 울리고 내 속은 네시에 올리고 
세면대와 대면하고 한참을 있었다 
바닥으로 미끄러지는 비누는 일그러지며 각을 잡았다
타원은 각을 표용했다 

계단을 잘라내고 끊어진 무릎으로 계단을 잇었다 
날이 선 심장으로 지겹게 끌고 다닌 구두를 녹인다 

선술집에 놓아둔 우산 속의 기억은 
구두 속에 넣었던 꼭 맞는 발처럼 
아직 비에 젖지 않았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29 11:29:5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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