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할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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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할머이
속초 청호동에서만 스므번 넘게 이사를 다녔다 실향민 정씨 할머이
군인 첫 남편 자식 둘, 장돌뱅이 둘째 남편 자식 셋,
리어카에 계란 판 층층이 얹어 골목 골목 밥벌이 사십년
중앙시장 계란이라 불렀다 함경도 젓갈도 아바이순대도
아닌 달걀, 잘 익은 햇덩이 출렁이는 동해 바닷물에 담아 싣고
넌출 넌출, 갯 비린내 넘치는 좁다란 시장골목 한걸음씩 잡아당겨
몸빼자락에 매달고 온종일 끌고 다니다가 셋방 모서리에 웅크리고 누우면
대청봉 칼바람 굴러 내려와 갈갈이 저며 모로 누운 옆구리에 선혈이 배어나오고
오남매 월사금 힘겨워 잠결에도‘배운 놈도 밥 세끼, 못 배운 놈도 밥 세끼’ 되뇌며
베갯머리 적시던 팔순의 정씨 할머이, 중앙시장 앞 횡단보도에 북향제배하고 엎드렸다
여명이 점령군처럼 쳐들어오던 이른 새벽, 리어카 가득하던 햇무리 한꺼번에 뭉그러져
5톤 트럭 바퀴아래 뭉그러져, 찐득한 눈물 깔고 중앙극장 지붕위에 퍼졌다 그 옛날
개관식 날 첫 상영된 신파극 삐걱이는 문틈으로 흘러 나왔다 란이, 팔순의 계란이
유년의 금강산 자락 그리다가 그리다가 끝나버린 환향의 꿈, 붉게 젖어 청초호
지린 물에 스민다
첫 새벽, 동해 구름사이 퍼져오는 계란 노른자 눈가가 붉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04 11:45:52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계란에도 모서리가 있어
할머이는
어느 모서리로 박아야 깨지지 않는지 알았으므로
하나 둘 ... 일흔 아홉
여든 번 박고 박아도
깨지지 않던 꿈을, 그 동그라미를 마침내 접었나 봅니다. 깨져야
비로소 갈 수 있는 나라
눈가 붉은 노른자 거기에 닿았으면 싶습니다.
깜냥껏 감상하고 물러납니다.
정낭님의 댓글

신파극 삐걱이는 문틈으로 흘러 나왔다 란이, 팔순의 계란이 ///
중앙시장 노른자가 흥건한 핏자국으로 번지는 시향에 눈물 한 말 가옷 흘려야할 신파극입니다
철철 흘린 노른자가 시뻘겋습니다
잘감했습니다
연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