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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 혹은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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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7회 작성일 15-12-30 12:08

본문

굴레 혹은 늪

 

이포

 

 

새벽부터 흥건하게 울고 난 비

저녁때까지 논배미 끝에 그렁그렁하다

비의 물세례를 뒤집어쓰다 보면 길도 강일 수 있고

틈에 스며 봇둑도 부풀다 터지기도 한다

터진 쪽만 흥건해지는 건 아니어서

남의 집 마당까지 울려놓아 볼을 울먹거리기도 하고 

이레씩 울다가 울꺽 복받쳐 풍덩 잠기도록도 운다

산을 넘다가 주저앉아 오줌을 싸면

물길을 만날 때까지 울음보를 터트리기도 하고

처마 끝 투명한 한 방울 낙수 그도 빗물인 듯

언제나 흘러 바다로 간다

    

건조대 위 젖은 것들에게서 증발할 수도 있고

몸속에 피돌기 같아서 젖어도 또 적시고

흘러도 또 흐르는 것이다

상수원에 내려 한번 관을 타면

정수장을 통하고 사람을 통하고 정화조을 통하여

폐수처리장에서 만나 깨끗이 씻기어 깨끗해져

또 하수관으로 흐른다

소용되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아

함께 한 몸으로 출렁거리며

소금물에 뒤섞여 바다가 되어야 한다

어쩌다 소금기가 빠진 것들은 맑은 구름이 되어

슬픈 대열에 함유하였다가 또 세상에 내린다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때까지 윤회하거나

누구나 알아볼 때까지 윤회하는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04 12:01:23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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