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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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한병준
창밖엔 허리선만큼 가냘픈 눈이 내리고
나는 달콤한 오수(午睡)를 지나
맥스웰 향기가 다리를 꼬고 앉은 서재에서 홀로
우수에 찬 커다란 눈동자를 생각했다
차향 같은 눈을 생각할 때마다
환상의 숲 속으로 빨려들곤 했다
창밖엔 긴장한 입술처럼 달콤한 눈이 내리고
환상의 숲 근처에서 방황하는
불투명한 바람의 벽, 그리고 꿈틀대는 강줄기와
미로를 숨기고 떠 있는
안개의 발목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창밖엔 눈 같은 눈이 우거진 길을 만들고
눈은 유혹의 숲이 되어
줄기를 뻗으며 자라
나를 지배하는 세계를 만든다
눈처럼 서서히 그리고 깊숙이
내 안에 은밀한 동거를 한다
창밖엔 하염없이 눈은 내리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시를 쓴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커피 한잔에도 관능미가 있군요.
새해 풍요로운 나날 되십시오.
무의(無疑)님의 댓글

계시지요, 잘
눈과 눈이 만나 안팎의 경계를 허무는 듯합니다.
커피향에 녹는 눈은 어떤 눈일까
잠시 머물다 갑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가까운 곳에 계신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언제 쓰디 쓴 소주라도 한잔 하며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