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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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비
꽁꽁 얼어붙은 하늘의 벌판이다
구름떼에 뿌리내린 억새의 혼령들
곤두박질하는 한풀이 춤사위
억센 살기를 품었다
툭하면 기웃거리던 잠비가 떡비로 끈적거리더니
기어코 욱욱 비틀거린다
환절의 통증으로 억장이 무너지던 그날 이후
애처롭게 읊어대는 겨울의 비가悲歌
하얀 침묵을 부추기는 그 비가 간혹
지지고 볶는 진눈깨비로 돌변하며
멍한 사내의 뺨을 후려친다
천지가 술내의 진동이다
골골하여 마냥 흐느적거리는
만취의 골콩드*
머잖아 저 머릿결로 꽃가루 펄펄 날리면
어차피 하얗게 묻혀버릴 공동묘지의
적적한 비애悲哀들
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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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겨울비’라고도 불린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24 10:41:55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겨울이라는 조금은 차갑고 피하고 싶은 비에 멋진 애칭을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긋는 사선을 춤사위로, 빗소리를 노래로
시인의 상상력과 비유는 환상적 콜라보가 되었습니다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술비, 다음엔 추적추적 어깨며 얼굴에 맞춰보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정낭님의 댓글

얼굴에 맞춰보시는 것보담 쭉쭉 빨아보시면 술맛이 더욱 날겁니다
겨울의 비맛 한껏 취해보시기 바랍니다
귀한 자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