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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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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예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3회 작성일 15-12-26 21:14

본문

눈사람의 독백                 /예시인

 

 

태어날 때부터 사방

주먹 쥔 눈덩이 휘두르는 눈싸움 보았지

 

살아갈수록 무서운 것 빛이었어
눈이 부실수록 백여우 꼬리처럼 달린 그림자만 보였거든

햇빛에 철저히 등 돌리는 것만이
나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방식이라 여겼어
몸에게 반복해서 주입했지

입은 반달로 고정하되 속은 결코 비추지 마

생은 어차피 홀로서기

어깨에 걸칠 팔 낭비야 괜히 헝클어질 실타래만 만들 뿐이거든

 

마주 볼 별 하나 없는 밤들 참 조용했어

스치는 바람 한 점 없는 어둠 참 고요했어

죽음만큼 적막했지

적막만큼 시린 온도 없어

냉동인간 되어가고 있는 것도 처음엔 몰랐어

 

송장 같은 얼음 몸 서서히 내어주자
들어와 쪼개는 햇살,

피처럼 수혈될 수록

흐물흐물 무너졌지, 무너질수록 비로소

물처럼 자유로이 흐를 수 있다는 것 알게 되었어

산으로 들로 어디든지 흘러

섞일 줄 알게 될 때

새의 날개처럼 흐르는 강이 되어가고 있었어

 

 

 

2015-12-26  KJS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04 11:37:34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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