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治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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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治癒)
이포
검은 천 한 장 잘 펴서 저 너절한 상처에 덮으면
번듯한 사 차선 교차로에 바람과 불빛으로 혈색이 돌겠다
지난겨울을 넘어온 발들의 상처에 고름을 짜내는 삽질
대형 바퀴 허리가 결려 넘어지던 웅덩이
달싹거리는 살 속 너절한 힘살들 해체가 된다
살수차로 연실 씻어대도 톱밥 쌓이듯 쌓이기만 하든 먼지
땜질은 암세포 퍼진 위에 물파스였다
집이 낡고 노숙도 눈치가 벼랑 끝이고 더는 설 곳이 없어
너절하게 늙은 사람으로 쓰러지던 길바닥
먼 훗날에나 바퀴들 허리 펼 아스팔트인 듯
길의 뼛속까지 꿀렁거렸다
발에 힘을 주고 웅덩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휘청거리던 일들
새 피부이식을 받는다
모공의 피지선은 모두 제거가 되었는지
이식된 지층은 어디까지인지
치유된 사 차선 교차로
바람과 불빛으로 혈색이 돌아온다
당분간은 재발은 없으리
짜르르 바퀴 소리가 가득 들어찬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04 11:37:34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연말이 가까워지면 유난히 자주 보게 되는 도로포장 공사,
요즘은 다소 줄어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만 아직도 예산이란 것이
권력의 힘에 따라 나누어지기도 하는 것은 참 씁쓸한 일입니다.
차선을 치유하는 화자의 시선을 마주할 날의 예감이 한창 부풉니다.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가내 평안을 기원합니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동피랑님 연휴 잘 보셨나요.
사실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길 보다 제 마음을 먼저 수선해야 하는데
어영부영 올해도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군요.
동피랑님 올 한해도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 건강한 모습으로 또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성영희.님의 댓글

해마다 보도블록 사이로 빠져나가는 혈세들
치유되기는 커녕 화농으로 곪는 서민들 가슴은
무엇으로 치료해야 할까요...
행복한 연말 마무리 하세요^^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그래요. 성 시인님.
씁쓸한데 해 다 가기 전에 쇠주나 한 잔 합시다.
지난 주말엔 철산리 전 시인님 모셔다 드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