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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창(窓)

  

이포

  

  

누군가 뒤통수에다 빨대를 꽂고 골수를 빨아 댄다.

머릿속이 하얗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산 그림자 깊은 연못가 갈대 같은 오후

 

가을 같은 그녀의 날에 서면 언제나 가을비가 내린다

그런 가을 그건 그녀다.

아니 그녀와 나를 이어주던 실낱같은 희망일지도 모른다

작은 창이 있는 나에 날은 비에 젖은 습한 그녀의 기침으로

늘 빗물이 얼룩지곤 했다

어디에서도 다시는 볼 수 없는 항변

담쟁이 발톱 같았던 생의 얼룩

 

그날의 창을 찾는다

서쪽으로 지고 말 것 같아 위태롭든 화분 하나

콜록콜록 푸석하던 폐처럼 부서져 내릴 뿐

따뜻한 난롯가에

흰 머리가 되어 뜨개질하고 있을

그녀는 없다

  

썩어 문드러져 콜록거리는 무릎을 베고 눕는 난

비 젖은 탕아였다

 

 

 

시작메모))

폐병으로 죽어간 아내로 인해 허물어져 가는

한 사내의 실화를 적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1-16 21:29:3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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