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영혼에 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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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야구의 영혼*이 들어오지.
자리에서 쓱 일어나
내복 유니폼으로 방문을 나가지.
창밖은 꺼질 줄 모르는 광고판 조명.
새시 문엔 얼비치는 내 모습은
왼 다리를 천천히 올리지.
몸을 바로 세워 균형을 잡고 던지기 자세로 들어가지.
왼팔은 던지는 방향으로 두고
오른팔은 엉덩이 뒤로 뺐다가 어깨 위로 넘어오지.
디딤 발로 몸의 중심을 옮기며
공 던지는 시늉을 하는 거지.
상대가 없으니 싱겁긴 해도 참 열심이지.
몸이 풀린 야구의 영혼은
왼 다리를 더 높이 치켜 올리지.
몸을 뒤로 꼬았다가 풀면서 가슴을 내밀지.
팔 회전을 크게 하고 손목 스냅으로 채면서
그 쏠리는 힘으로, 전력으로 날아가는 거지.
그렇게 나를 던졌으면
넌 절대 나를 맞추지 못했을 테지.
꼼짝없이 맞아 날아갈 거였다면
한번쯤 저 광고판에 작렬하여 불꽃으로 터졌으면 싶지.
이 밤도 몸을 풀다가
스르르 빠져나가는 야구의 영혼.
자면서도 손바닥을 둥글게 마는 것은
폭포수처럼 꺾이는 마구를 익히려는 거지.
너에게 나를 소리치고 싶은 거지.
* 장수철의 시, <야구의 영혼>에서 빌림.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시가 참 좋네요.잘 지내시지요..
으미 흠 저도 가끔 그 영혼이 들어옵니다.
톰소여님의 댓글의 댓글

4번 타자의 영혼이 들어오시지 않던가요. 그러면 저랑 벼랑 끝 승부를^^ 감사합니다. 꾸벅.
최정신님의 댓글

소여시인님의 식?판엔 재료가 광활해
늘 흥미롭습니다. 자주 창방 나들이 해 주세요
톰소여님의 댓글의 댓글

꾸준히 창방을 지키고 계시네요. 환절기, 건강 주의하시고요. 감사합니다.
解慕潄님의 댓글

야구 같은 시 꿈속 마구처럼 던진 시
감사합니다
톰소여님의 댓글의 댓글

예전에 수리수리마구단도 있지 않았나요^^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몽유권법으로 오늘은 너클볼을 던지시는군요. 공이 너울너울 춤추다
절묘하게 중심에 꽂힙니다. 스튜우우라익!
아리에타가 올해 사이영상을 받았는데, 우리 시도 잘 쓰니까
시 사이영상은 톰소여 낙점.
헛춤이라도 춰야 살 것 같은 세상입니다.
내년 메이저리그에선 토종국산들이 활약하는 모습이 눈부실 듯.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톰소여님의 댓글의 댓글

너클볼 투수는 손이 커야 하는데, 저는 조막손이라서 아리랑볼입니다^^ 활연님의 넉넉한 스트라이크존에 감사하고요^^. 메이저리그 저도 같이 기대하겠습니다. 꾸벅.
고현로님의 댓글

시 읽으면서 이미지를 떠올릴 때는 많았어도
시 읽으면서 액션을 따라해보기는 처음입니다.^^
톰소여님의 댓글의 댓글

주무시기 전에 꼭 해 보십시오. 실제 공은 던지지 마시고요^^ 훨씬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마지막 행, //너에게 나를 소리치고 싶은 거지.//
여기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속내를 환하게 보게 됩니다
필승을 위해 던지고 치고 달리는 야구를 빌려 다른 편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에 감명을 받습니다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이 시인님!!!
톰소여님의 댓글의 댓글

소리치고 대신 '윽박지르고'로 했다가 순화했습니다^^ 150 정통 직구 하나 찍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꾸벅.
水流님의 댓글

광고판에 작렬하는 홈런이라면 맞아도 시원하겠습니다.^^
잘 계시지요? 이동훈 시인님.
모처럼의 옥고가 마구처럼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조만간 함 뵙고 막걸리 한잔 합시다.^^*
톰소여님의 댓글의 댓글

마침 조금 전에 우리 선수들에게 야구 영혼이 씌었는지 9회에 뒤집었네요^^ 주말 잘 보내시고요. 대구 오시게 되면 연락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제 책꽂이엔 엉덩이 시집이 언제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지요.
눈치, 코치, 재치의 힘만으론 절대 불가능한 송구,
돋보이는 시력으로 외야에서 홈까지 한 번에 던지시는 에이스 시인님.
다음에 만나면 또 사인해주세요~^^
톰소여님의 댓글의 댓글

포수 머리 위로 그물망 쪽으로 던질지도 모르지요.1루 주자까지 홈으로 걸어서 들어오도록요^^ 자주 뵙지 못해서 죄송하네요. 주말 잘 보내시고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