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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쟁이 / 정연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지정연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1,372회 작성일 15-11-19 13:13

본문

소금쟁이

                     정연희 / 2015년 생명문학 장원 당선작(당선작이라 3년간의 저작권때문에 밝힙니다)

                   

비가 내린 오후의 웅덩이에

소금쟁이들 둥둥 떠 있다

물에 젖지 않은 글자들이다

까막눈 노인부터

미취학 아이들까지도 읽을 수 있는

유유히 웅덩이가 키우는 글자들

 

손으로는 잡기 힘든

간혹 두 손으로 재빠르게 뜨면

어쩌다 잡히는 귀한 글자들

글자의 정교한 각도는

지게의 짐을 버티던 다리와 다리 사이의 각도다

 

저 생존의 각도

아버지의 아버지가 버텨오던 모습

불거진 힘줄의 시간과 무거운 어깨의 힘이 새겨져 있다

떠있는 것이 아니라

온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물을 누르고 서 있는

저 찰나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물에서도 젖지 않고

낭랑하게 뛸 수 있다는 것은,

물 위를 가볍게 걸었다는 성인의 경지다

떠받히는 힘

흐르는 물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저 다리의 각도

 

어떤 훈계에도 잡히지 않는

소금쟁이들 운동장에 몰려다닌다

가나다라

물의 칠판 위를 재빠르게 돌아다니는 글자들

아직 철모르는 상형 문자들이 뛰어 다닌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1-23 17:57:5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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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술은 쉽고 사유는 깊은 좋은시...감사합니다
내공과 쉽지 않은 시간이 쟁여져 있는 서술이 깊습니더
좋은시로 자주 창작방을 밝혀주세요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의 칠판 위를 재빠르게 돌아다니는 글자들///

소금쟁이가 쓴 글자들이군요
아이들 가나다라로...

개구쟁이 글자들
어리숙하니 철 모르는 글자겠지만
시향이 듬뿍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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