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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열면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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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6회 작성일 15-11-27 09:02

본문

창을 열면 놀이터다
 


내 창을 열면 놀이터다. 블랙홀같은 미끄럼틀과 늘 불시착하는 그네와 마주앉아도 기울지 않는 시-소가 전부인 놀이터. 한나절 아이들은 낡고 좁은 블랙홀속으로 재잘재잘 빠져든다. 유리알처럼 빛나는 미끄럼틀은 아니지만 씽씽, 놀이터 모퉁, 늙은 느티나무는 초록 잎새를 내밀어 짙은 그늘을 선물하지만 작은 새들만 잠시 깃들다 날아가고 붉은 태양 아래, 아이들 얼굴은 구릿빛으로 농익어갔다. 때론 징징대며, 까르륵대며 삶의 무게로 비틀거리는 아버지 인생을 복제하며 작으면 작은대로 부대끼며 사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비명이었다. 처절한 아우성이었다. 태고적 빛 마저 삼킨 블랙홀과 늘 이탈을 꿈꾸는 그네와 녹슨 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비명을 지르고 아우성친다. 낡고 비좁은 놀이터에서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가 걸어온 길을 다시 걷는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는 일과 거짓과 협오스러운 일까지, 선을 긋고, 울타리를 치고 신흥종교처럼 내 것과 네 것을 나누었으나 서로의 입속에 고소함을 넣어주는 아이들, 천진스런 아이는 큰 목소리로 반쯤 열린 창을 향해 소리친다. "당장 그 허울과 가면을 벗으시오!"  손에 땀이 베인다. 아이들은 소방차 싸이렌 소리에 호들갑스레 사라진다. 어데 큰불이 난 모양이다.

 

      

 

 

 

 

글쓴이 : 박정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01 11:35:00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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