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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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저 그림자
아침햇살 긴 칼에 찔려 움찔거리다가, 붉게 물든옷자락
묵묵히 벗어 말리다가, 잠든 까치집 담장 기웃거리다가
수다스런 입방정에 몸서리치다가, 등 떠미는 바람
마른 허파속에 들이마시고 맑은 이슬 반짝이는 거미줄에
눈부셔 하다가, 길가던 노친네 지치고 주름진 얼굴 쓰다듬다가
내쳐 가는 길 저만치 바라보며 으쓱거리다가,
영문도 모른 채 검은 손길에 납치되어 한참을 훌쩍거리다가,
얼굴 깨끗이 씻고 선명하게 앉았다가,종일 제자리만 빙빙돌다
지쳐버린 저녁이면 버려지는 저 그림자.
땅바닥에 알몸으로 누웠다, 가
어둔 허공에 제 묘혈墓穴 하나 파고 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01 11:40:4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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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꾼♪님의 댓글

느티나무 한 생이 우리네 삶의 사유처럼 그려져 있군요 자주 창작시방에 오셔서 좋은 글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수련향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