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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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해태
해태는 웃지 왕궁 수문장 교대식 보러
아침부터 구름처럼 몰려드는 사람 구경도 지루해
슬쩍 수문장 엉덩이나 꼬집어 놓고
안 그런 척 시치미 떼고 허허실실 웃지
웃다가 이따금 넋을 잃고 바라보는
그곳은 관악이 아니라 서초동 꽃마을
왕이 사라진 왕궁은 아름다운 폐가,
비명에 죽은 혼령과 들고양이들의 쉼터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면 무엇하나
뿔 없이 태어나 불의를 봐도 들이받지 못하는 이마
해태는 웃지 죄 없이 남근을 거세당한
계집도 사내도 아닌 내관처럼 웃지
언제 봄날이 있기는 했나 치욕의 날들
닦아도 닦아도 흐르던 눈물, 어느 날인가
다시는 사람의 일에 관여치 말자
어금니를 깨물자 생뚱맞게 피식 터져 나온 웃음
숭례문 불타자 입 싼 호사가들 부랴부랴
가림막 철거하고 해태를 세상으로 불러냈지만
아는 사람은 알지 제국의 해가 시들자
해태의 신통력도 함께 사라졌다는 것을
해태는 웃지 이젠 다리마저 부러져 갈 데도
오라는 데도 없다고 웃지 빈 들판을
지키는 늦가을 허수아비처럼 먼데 하늘을 바라보며
하릴없이 하염없이 광화문 해태는 웃지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해태는 웃지, 해태는 웃지...
감사합니다.
인디고님 건필, 향필, 웃필 하시길...
즐거운 가을날 되시길...^^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명문이네요
가식적인 말이 아닙니다
기분이 착잡해지는 시를 감상합니다
최경순s님의 댓글

멋진글 감사합니다
많은 깨닭음을 받고 갑니다
건필하십시요
인디고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좋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고현로 시인님
빛보다 빠른 시인님
최경순 시인님
감사합니다
좋은 시 많이 생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