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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裸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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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봄뜰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36회 작성일 15-09-24 22:12

본문

나목(裸木)

 

봄부터 지녀온 묵은 시간들

하나하나 정성으로 아름답게 물들여

정 떼고 겨우 바람에 날려 마지막 알몸으로 남았다

 

수선대던 수많은 이야기들

살 속으로 동그랗게 새겨 나이테로 동여매고

꽃도 잎도 사랑도 아픔도 명예도 돈도

계급장 떼고 서로 맞장 뜨고 싶은 나무들

새벽안개에 젖어 민낯으로 훨씬 더 생기가 흐른다

 

달과 해가 멀리 있어도 말없이 서로 의지하고

생긴 그 인연 그대로 받아드려

더 많이 갖지 않았다고 더 화려하지 않다고 더 못났다고

지레 겁먹고 쓰러져 사라져야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언제나 동녘 해가 떠 멀리서 찾아오면 온 몸에 스미는

따스함과 오로지 살아있음에 대해 묵념할 뿐.

 

잎을 떠나보내 홀가분한 가지들은 팔 벌려 푸른 하늘을 바라고

겨우내 찬바람은 안으로 스미는 깊은 사색의 옷을 두껍게 입힌다

힘껏 피워내고 다시 버림으로써 남지 않은 지난 삶의 흔적들

나목은 봄에 다시 올 푸른 잎을 꿈꾸며 슬퍼할 시간조차 갖지 않는다

벗음으로 꽉 찬 그대에게 한 표를  던진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30 12:45:0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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