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암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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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역에서 / 전영란
풍경을 끌어다 덮은 철암역에는
검은 역사가 흐르고 있다
겹겹이 쌓여있는 기록 뒤에 숨겨진
담벼락 낙서
죽고 사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는, 그 앞에서
과거로부터 어느 석공의 절규를 만난다
막장 인생으로 살았던 아버지들이
길 위의 날을 소주잔에 붓고
핏빛 추억을 설파하는데
귀 기울이는 여행객은 아무도 없다
기적 소리에 자고 깨었을
아이들은 떠나고
어둠의 조각들이 흔들리며 스며든
까치발 건물*만 고성처럼 서 있다
허물어진 옛 집터에서 추억을 줍고 있던
초로의 신사는
허공을 바라보며 붙박이로 서 있는데
쏟아지는 빗줄기에 새파랗게 질려있는 추억이
엉금엉금 기차를 기어오르고 있다
*까치발건물 : 건물 자체가 절반은 땅에 절반은 철암천에 세워져 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0-09 15:25:02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현탁님의 댓글

철암역이 어디있는지 석공이 갉아 먹은 벽화가 있군요
찾아 봐야겠어요
잘 읽고 갑니다
후중님의 댓글

지난 해 저도 철암역에 다녀왔는데,
전시인님의 시를 읽으며 다시 되삭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雲池님의 댓글

현탁님
철암역 찾아보셨어요?
요즘 한창 많이들 타시는 태백열차을 타면 철암역에 가는데요.ㅎㅎ
귀한 마음 주시어 감사합니다.ㅎ
雲池님의 댓글

후중님^^
다녀오셨군요.
참 아름답지요.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