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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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만찬
잘 차려진 가을 밥상입니다
여문 햇빛이 고봉으로 넘치고
알맞은 온도의 바람도 한 사발
며칠 전 내린 빗물도 한 사발입니다
이런 날이면
식물들의 식욕은 더욱 왕성해집니다
온종일 숟가락질이 요란합니다
부른 배를 푸른 잎 한 장에 다 감추고 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수척해지는 낯빛도 있습니다
늦은 꽃들을 해산하는 무리입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오늘 기어코 한 송이 꽃을 피워 낼
눈물겨운 의지입니다
다 먹어치운 밥상에는
어제보다 더 서늘한 그늘이 묻어 있습니다
최후의 만찬을 즐긴 호박꽃이 그만
입을 닫고 툭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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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나문재님의 댓글

그렇네요, 가을은 식물들에게는 그야말로 최후의 만찬이 되겠네요...
죽어서 다시 봄을 기다릴지라도 일단은 한번은 가야 되는 귀로에서의 마지막 성찬이겠네요...좋다...
윤현순님의 댓글

나문재님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남겨주신 마음 고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