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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文魚)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659회 작성일 15-09-07 11:33

본문

문어(文魚) /

 

글줄깨나 쓴다는 대문호 魚 선생
팔순잔치에 또 왔나 보다
그의 언변은 질깃한 문어체
팔괘의 어문으로 쓴 해저의 깊이와
더듬더듬 살아온 기록이 혓바닥에 쩍쩍 붙는다
한때 바람을 노래하던 음악가
발가락이 높은음자리다
어슷어슷 잘린 다리로 노래 속을 걷는데
흡반만큼 많은 자손 우르르 달라붙는다
그러나 오늘의 주인공은 다리 같은 자식들
길이가 조금씩 다르다
집단 최면으로 훌쩍이는 효의 경연장
웃음을 참으려 제 다리를 질겅질겅 씹는 그도
나 시방 반대로 뒤집혔소, 말을 못한다
항아리 속에서 항아리 닮은 대가리
밤나무조차 성게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이곳은
고향의 바다 같다
밤길처럼 어두운 미래를 더듬어 온 문어
천수는 누렸는가
바닷속 그대의 가족은 지금 억장이 무너지리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09 12:00:10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1

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빛보다빠른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어지오만...ㅎㅎㅎ
고현로 시인의 맛을 봅니다
참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시입니다
추천합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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