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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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선상지다.
늑골 안쪽으로 물뱀을 풀어 시퍼렇게 바다가 온다. 그 끝에는 형광 불빛 정박지 오질애도(吾叱哀島)가 있고 깊숙이 소래로 가면 폐염전이 있다.
*더러 머리 없는 몸통이 머릴 찾아 두리번거리고 제각기 부려놓은 몸들이 부서진 부속처럼 글썽거린다는데,
*편도를 달리면 다시는 회색도시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 공장 굴뚝보다 높은 구름이 바닷바람에 씻기어 희게 떠 있다.
*화력은 바다에 발목을 묻고 불을 나르지만 뜨겁지, 뜨겁게 않은 섬들.
*말하자면 외로운 새들만 모여 사는 거처; 등골이 솟아, 거뭇하게
*갈매기를 기른다.
*반쪽 달 공단과 편안한 산 공단을 둘러 수챗구멍 가득 도시를 게워냈지만 바람개비처럼 휘적휘적 해풍을 불어내며 솔숲은, 열 받아 미친놈 하나쯤 그늘에 반나절 재우다가
*방조제가 기나긴 다리를 벌린다. 캄캄하고 질척한 구멍처럼,
*떠돌다, 지치고 머쓱해진 사내를 받아내는 따뜻한 자궁처럼,
*
*상처에 왕소금을 뿌리듯 뭍과 바다; 이분법으로 갈라놓은, 어떤 썩어 문드러진 것들도 방조ㅡ하는 방파제가 있다. 그 귀퉁이 방아머리 선착장도 있다.
*바다에 가기 좋아하던 사람들.
*
부채꼴로 펴진 기억은 모래알을 삼킨다
*천국과 지옥으로 트인 아우토반 같은, 그러나
*수만 물길 거슬러 닿기엔 먼,
*너무나 먼먼,
*달의 정박지엔
*다만 울고만 있는 밤이 있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물속의 눈보라
박진성
우리는 가만히 앉아 손톱 사이로 들어오는 세계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거울 속엔 눈보라, 그리고 걸어가는 사람들 천천히,
몸이 없는 바람과 마음이 없는 유리 그리고 밤하늘을 데려가는 별자리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어제 죽은 사람은 모두 서른일곱 명, 유리에 붙어 우릴 보고 있는 좀비들, 자, 우리의 손톱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손가락이 모자라요
노래는 넘치죠
시계는 시계의 세계에서 돌고 우리는 시간이 없는 것처럼 그리고 그림자를 데리고 사라진 태양에 대하여,
속눈썹에 앉아 있는 세계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거울 속엔 여전히 눈보라, 그러나 갈 곳이 없는 식물들, 다른 피로 모든 곳을 갈 수 있다고 다른 피로 당신은 말하겠지만
물에서 녹는 긴 긴 눈, 청어보다 더 푸른 것들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청어가 좋아요
먹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긴 긴 지느러미들, 우리가 물속에 있다고 말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안 되나요 구멍은 없어요 우리가 구멍이니까요 흐르는 흐르는 물속의 눈보라,
물속에서 다 녹아 버린 눈들에 대해 우리는 말하면 안 되나요
오영록님의 댓글

깊어가는 가을 늘 좋은일만 있으시구
정삼각형 하나의 내각으로 인사 놓고 갑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거의 산문
고현로님의 댓글

감명 깊게 잘 읽었습니다. 땀을 흘리고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가을 하늘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좋은 계절, 건필하세요.
부족한 감상평으로 누를 끼치느니 추천으로 대신합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창밖 멀리 별 하나가 눈을 깜박거리는 밤입니다.
글이 안 되면, 길게
바지게에 황금빛 가득 싣고 가는 가을 되십시오.
김태운.님의 댓글

달이 밀고 당기는 근처의 정박지에서 선상지의 옛 정취를 잃고 헤매는 밤인가 봅니다
둥근 달 맞아 맑고 높은 가을하늘로 훨훨 나십시요
근처에서 왔다갑니다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동네 우리도시 우리...그것은 우리이기도 하고 테두리이기도 하겠는데
바다가 품고 있긴 하지만, 어떤 면에선 쓸쓸한 도시다,
그 근처에 산다. 뭐 그런 지루한 묘사입니다.
가을 넉넉하십시오.
誕无님의 댓글

다른 공부를 하다 잠시 쉬어갈 겸,
창작시방에 들러 첫 번째로 클릭한 글이 활연님의 글입니다.
글이 굉장히 좋습니다.
제 눈에는 흐트러짐 하나 없습니다.
아주 잘 썼습니다.
그래서 행을 여러 차례 왔다갔다하며
천천히 깊이 있게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아
저도 글 한 편 써 올렸습니다.
얼렁뚱땅 넘기지 않고
'콕 집어 주는 김자옥 법칙'으로
제 눈으로 읽은 감사평을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대상을 두고 일반적 통속을 깬 역방향으로 쓸어담은 시선이 참 부드럽습니다.
행, 행마다 번뜩이는 영감도 많이 서려 있고요.
문단은 이러한 분 잡아가지 않고 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글 아끼지 않으시고 올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 잘 챙기십시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김자옥 법칙?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시가 안 되는 글.
무변 뜰채에 푸른 물 뚝뚝 듣는 가을하늘 포획하십시오.
고맙습니다.
파도치는달님의 댓글

여전히 읽기 귀찮은 글이네요 ㅎㅎ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생각없이 읽었지만
무감동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랑합니다 활연형님 ㅎㅎ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영화도 보고 책도 좀 읽고 사색이 되도록 사색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기호를 연속적으로 쓰는 습관
참 안 좋다는.
이 기호는〈아베의 가족〉을 쓴 소설가 전상국 씨가 수십 년 전
한두번 쓴 것이지만,
파도치는달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형님을 보고 있으면
이 시마을에서 유일하게 빠찡코 아이디쓰시는분하고 비교가 됩니다
그형만큼 미친사람을 본적이 없는데 형이 딱 그짝임
그짝 그와 짝
시에 미쳐있는 형님 아름답습니다
저보다 연배도 높고 훨씬 견문도 넓고 사람이 가져야할 것중에 대부분을
다 아실텐데도 시를 가지신거 보면
고개 숙여봅니다 ㅎㅎ
파도치는달님의 댓글

하지만 시는 아직.. 글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동피랑님의 댓글

시? 흥이라지요. 밭도 논도 못 가는 괭이도 날구 오질이는 좌선하구
끝없이 펼쳐진 뻘구디도 있구 블랙라떼를 맹가는지 공단 굴뚝은 연실 구렛나루를 나부끼구, 고 오데 옆 뽈떼기엔 묵직한 시비들도 있어 님하, 니 이런 시 쓸 수있니 시비도 걸어오는 근처를 거닙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는 이 때
동주의 별 하나하나에 서글픈 말 한마디씩 불러주어야 할 밤이
있군요.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활연을 위하여!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잘 지내시지요, 이윽고
가을입니다. 먼먼 바다는
늘 슬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