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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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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483회 작성일 15-09-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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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자의 독백



나는 매일 이곳에 도착합니다
어제는 또 다른 이곳에서 떠나온 오늘이었을 겁니다

이곳에서의 흐릿한 추억은 까마득한
기억나지 않는 단어들로 이루어진 안개의 습한 문장입니다

해무를 먹는 고양이의 몸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아침에 여자는 바다를 머리감깁니다

이곳의 언어는 크기와 두께의 언어
질감은 외래어죠
부드러운 곡선은 금기어입니다

팽창하는 두 개의 욕망 사이로
바다가 축 처진 어깨 위에 괭이갈매기를 내려 놓습니다 고양이가 날개를 접는군요
지구는 하나의 어항인거죠?

반려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디서 자신의 일대기를 인쇄할는지
반려의 지위에 오른 동물들은 시민권을 청구하고
구름 위에 납골당을 예약합니다

자판기에서 벌레가 기어나옵니다
사과를 사각사각 깨물면서

들어가는 자와 꺼내는 자와 나오는 자 모두가 평등한 질료와 형식으로 놈이 됩니다

더러운 세상 쌍놈의 새끼들 사내가 컹컹 짖습니다 바다를 향해 원 투 펀치를 날리며 스텝을

지겨운 곳이죠 이곳은 사실 바닥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지하세계입니다
손잡이를 잡아야만 직립이 유지되는

공작새가 이혼한 후에 작위를 잃었다는군요 곧 식탁에 오를 겁니다

이곳에서 인생이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적당히 섞여 있는 아침뉴스 같은 것이죠

어쨌든 난 내일로 갑니다 어제처럼
혹은
오늘처럼 이곳에 도착하기 위해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11 14:18:20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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