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폐차
윤기 잃은 철판을 만지니
손에 닿는 느낌이 예전과 달랐다.
몇 번을 더 쓰다듬었다.
그러자 짐승처럼 피부에 털이 돋았다.
눈에 커다란 동공도 생겨났다.
흐린 눈꺼풀을 감지 못하고
그가 나를 바라본다.
‘두 번 강산이 변하는 동안
네 몸에 큰 일 없었기에
내 몸 또한 이렇게 무사하구나.’
아무런 울음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서 빤짝이는 무언가를
나는 분명히 보았다.
코뚜레가 꿰어져 앞이 들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는 제 속에 둥지 틀었던 허름한 모습 하나를
유리창에서 허공으로 미끄러뜨리고는
처음으로 혼자 떠났다.
마지막이 처음으로 바뀌는 눈부신 시간,
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하늘로 눈을 들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12 09:30:23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1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류시하님
반가 반갑습니다 그간 안녕 하셨습니까?
오랜 세월 정들었던 애마를 보내실떼 눈시울 적시는
시인님의 고운 마음을 보고 갑니다
이젠 천리마를 기대 해 보시고 새 사랑에 정들이시길 기원 드립니다
한표 추천 드립니다
건안하시고 즐거운 가을 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