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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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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徐승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32회 작성일 15-08-19 11:23

본문

사과를 바라보는

 

                           서승원

 

 

사과를 베어 물었더니 입술이 부어올랐다

독하게 날 떠난 애인의 뒷모습처럼 쓰렸다

사과는 농담으로도 내게 사과하지 않았고

나 또한 붙잡지 않았다

더는 친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난 왼손잡이다 욕부터 먹으며 자랐다

사과를 깎으면 누이들이 달려와 오른손을 내밀었다

칼날은 내게 먼저 달려들었다

누이들은 날 사랑한다고 했으나 칼끝은 날카로웠다

사과는 둥글려고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내가 되어서야 사과를 내밀었다

잘린 몸으로 온 사과는 불통이었다

자주 입안이 헌 나와 유독이었던 사과와

그 후 아내는 내게 사과를 권하지 않았다

나도 아내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비가 적게 오는 해에도 사과는 열렸다

쉬운 상대 한 그루쯤 키우고 산 것이

다행인 나날이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23 07:57:44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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