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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가장 뜨거웠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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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12회 작성일 15-08-20 23:59

본문

생에 가장 뜨거웠을 날

  

이포  

  

 

보리 타작을 한다는 망종이 지난 지도 꽤 되었는데

거리엔 늘 타작 소리가 끊이질 않던 초복 날이었다

멍들고 불에 그슬린 몰골의 그를 맞닥뜨린 건

달빛도 섧다는 판자촌 솔은 골목이었다

구김 없이 해맑아 해바라기라 불리었던 그는

무허가 천막 건물이 단속반에 철거될 때도

해는 지지 않는다며 희망을 일깨웠었는데

마른장마에 가물어 빛바랜 저녁 그림자처럼

너슬너슬 쓰러져 왔다

  

장차 개 잡듯 사람 잡는 백정이 아닌

순화시키는 법조인이 되겠노라며

가난을 밥 말아 먹을 줄 알아야

시궁창에서도 왕성한 미나리가 될 수 있다던 그가

파초가 되어있었다

어깨를 부축하며 고추 말대로 뻗치고 서서

그의 말처럼 민주화가 무르익기 바랐었는데

또 복날이다

그의 생에 가장 뜨거웠을 그날이다

   

훗날 그를 면회하면서

해는 지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개 패듯 팰 땐 가끔은 저물기도 한다며 그는

제법 성숙한 미나리다웠다

  

섧던 세월도 변해 살만한데 시궁창엔

"컹컹"

복날 개 짖는 소리 여전하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23 08:36:3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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