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가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조약돌 가문
전설의 고향 애기 하나 들려주랴?
우르릉 쾅, 천둥 폭우 거친 날 밤에 벼락 맞은
천년 묵은 저산 큰 바윗돌이 산 아래로 굴러가서
계곡 아래 덩치 큰 너럭바위 어깨와 부딪혀서
상반신 하반신이 둘로 쿵, 쪼개져서
몇 백년 계곡에 뿌리박힌 바닥돌과 뒤엉켜
구르고 구르며 조각조각 깨질 대로 깨지다가
계곡 아래 시냇물에 이리저리 갈라져서
그 조각마저 냇물 속 다른 바윗돌에 밟히고 짓눌려
냇물 속 온갖 돌에 얻어맞고 구석구석 모래로도 갈리어서
모서리란 모서리 다 깎이고 지워져서
그 냇물 아래 강물에 몇 백년은 더 씻기고 씻기어
물결에 떠밀려 강가 백사장에 쓸려가 묻혔다가
어느 날 우연히 모래 위에 살짝 뽀얀 얼굴만 내밀었을 때
엄지만한 둥근 조약돌 되어 네 앞에 온 거야
“ 보아라, 저 높은 산에 이놈하며
조약돌이네 선조(宣祖) 할아버지 널 내려 보신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05 10:40:49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일품이네요 작은 조약돌을 보고 번뜩이는 시상을 떠올렸다는 게 대단합니다 추천합니다
아무르박님의 댓글

시를 읽어 내리는 동안 내내 숨이 가쁨니다.
벼락맞은 바위가 산을 내려오고
굴러굴러 시냇물에 오기까지 각을 지우고
둥근 빛을 내고 있네요.
이제는 벼락 맞을 일 없겠습니다.
잠시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