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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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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80회 작성일 15-08-11 07:55

본문

한여름의 격투기/

 

 

땡볕의 들녘에서 한바탕 싸움이 나려는가
꾸물거리던 주위가 어두워진다
녹색의 사각 링으로 툭 툭 잽을 날리던 소낙비, 
느닷없이 소나기 펀치를 퍼붓자
벼 이삭들은 와, 함성을 내지른다
휙휙 뻗는 주먹질에 시원한 바람이 인다

왼쪽 오른쪽 분노한 연타에 나가떨어지는 불볕
그는 한때 여름의 챔피언
체면 불고, 헉헉대며 상대를 끌어안으려는데
발 빠르게 피하는 기술 요리조리

송곳 하나 세울 곳 없이 몰아치는 필살기에
가로수 밑에서 겨우 숨만 고르는 전성기
시시때때로 투닥거리며 계절을 질질 끌던 격투는
무더위의 시원한 패배로 끝났다

 

그러하긴 했으나

모든 사건의 분노처럼

그 해의 뜨거움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18 07:25:1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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