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옮기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1,181회 작성일 16-04-11 21:58본문
안부를 옮기다
칠순의 노모가
구순의 노모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받은 안부를 되돌려 주시려는 듯
구순의 노모가 오물오물 입으로 안부를 가져가신다
몸이 무른 애벌레가 걸음을 옮기 듯 멀고 험한 길이다
미간을 지나 콧등을 오르다 기우뚱 몸이 흔들렸다
한 때는 한몸 이었을 것들이
더 먼길로 돌아가라는 듯
구순의 노모를 흔들고 있다
콧등을 오르지 못한 구순의 노모는
눈 밑으로 깊게 패인 골짜기를 돌아나갔다
돌고 돌아서 인중을 건너 입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아...... 아...... 어......"
처음 하늘이 열리 듯 구순의 노모가
천천히 입을 열며 안부를 내려 놓으셨다
칠순의 노모가 서둘러 안부를 받는다
"그래 어매…… 자는 걸음에 사르르 따라 가이소"
알았다는 듯
괜찮다는 듯
세상 모든 시름을 다 담아 가시려는 듯
구순의 노모는 반쯤 감긴 눈으로
주위에 있는 것들을 살뜰히 주워 담으셨다
칠순의 노모가 이승에서 올리는 마지막 안부를
물 한모금 오물오물 드시며 저녁상을 물리 듯
어둠 저 편으로 사르르 밀어 놓으시고는
반쯤 감긴 눈을 천천히 닫으셨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15 09:24:04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박성우님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에....
입관에서 미처 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 정리했습니다.
香湖님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콧끝이 찡합니다
또 어머니 생각 납니다
내 어머니는 혼자 애쓰다 가셨는데
그래도 이 어매는 딸인지 며느리인지의 배웅을 받으며 가시네요
복 받으신 거죠
먹먹해졌다
겨우 추스리고 갑니다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외조모와 어머니의 마지막 대화입니다.
침상에서 주고 받는 그 이심전심이......
자는 걸음에 사르르 따라가시라는 어머니 말씀이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외조모는 또 알았다는 듯.... 눈을 깜박이십니다~
문정완님의 댓글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뭉클 심장을 건드리는 좋은 시 한편에 오래 머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한 걸음 하셨습니다~
정리해야 할 것들이 몇 남았습니다~
프레드리히님의 댓글
프레드리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방가웠어요.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또 뵐 시간 있겠죠~
건강하십시오~
대구는 어제부터 좀 쌀쌀해졌스ㅂ니다~
石木님의 댓글
石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담담하게 무겁고 비장한 시,
천수를 누리고 떠나시는 마지막 몇 걸음이어서 더 그런 것일까요?
안부를 주고 받으시는 그 행보가 꾸밈없이 진솔하면서도 아슬아슬합니다.
"그래, 난 괜찮다." 이 말씀이 잔잔하지만 또렷하게 귀를 울립니다.
이승에 와서 머물다 가는 모습의 원형이 이런 것이니 모두 잘 기억해 두라는 듯..,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나중에 저런 순간이 오겠지요~
저는 어떤 자세로그 순간을 맞아야 할 지.....
잡초인님의 댓글
잡초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알았다는 듯
괜찮다는 듯
외조모와 어머니의 마지막 대화라고 말씀하시는
마지막 안부 먹먹한 가슴을 쓸어 담습니다
가슴에 스며드는 시한편 감사 합니다
박성우님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가진 잔재주들이 대부분 어머니께
받았다 생각하는데 어머닌 또 외할머니
재주를 그대로받은 듯~
전에 외조모 뭔 기도를 하시는데
어찌나 구구절절 아름답던지~
그 모든 게 애드립이었습ㄴㅣ다~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시 잘 감상하였네요.
삶의 쨘하네요.~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좀 더 손봐야 되는데 ....
게으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