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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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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9회 작성일 16-04-12 03:16

본문

악수하다가 만져지는 억센 손,
희미한 기억 속에 아버지의 손이다.
굳은살이 깊이 파였지만
손금은 선명했다.

아버지는 길을 자주 잃으시고 술을 마셨다.
손금은 믿지 않으셨다.

딱, 한 번
세상에는 길이 없다 생각되었을 때
카스테라로 점심을 먹는 노파에게
손을 내밀었다.
노파는 덤으로 관상까지 봐 주겠다 했지만
내 주머니에 점심값은 노파에게 건너갔다.

신통방통한 일이다.
지금도 어렴풋하게 기억되는 두 가지의 말
음악을 타고났다.
곧, 애인이 생기고 결혼을 하겠다.

때가 되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야
사람이 하는 일이려니
음악을 타고났다는 말의 뜻은
아직도 모를 일이다.

나는 가끔 길을 잃는 사람에게
악수를 청한다.
그의 손금에 만져지는 툰드라
언덕 그리고 모든 길은 지평선에서 만난다.
또 어디선가 희미하게 갈라진 길에
움푹 파인 호수

나무 한 그루 심어놓지 못한
손바닥에 올려진 생이여

길은 더욱 선명할수록 선택을 요구한다.

아버지처럼
나도 자주 길을 잃는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15 09:26:27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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