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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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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8회 작성일 15-08-23 22:46

본문

환각통

                --P에게

1.

잘못 다루면 손을 찢는 그물처럼
그늘진 삶은 스스로를 찢으며
시간의 바다로 빨려 들어간다.


2.

빛을 피해 바닥으로 내려간 深海魚,
바닥보다 납작해지고 싶은 물고기에게
평면으로 달라붙은 눈동자는
내면이 없는 어둠을 동전만하게 찍어내고 있을 것이다.
햇살은 바다횟집 수조 안에서 심해를 찾고 있다.

수면 위로 올라가는 비번의 아침,
늦은 조반 위에 까맣게 졸음이 내리고
휘청이며 걷는 허허로운 길,
그대의 펄럭이는 그림자는 왜 그리 길었던지
아이가 놓친 풍선이 전선 위로 날아간다.
사내도 뭔가를 놓친 듯 잠시
뒤를 돌아다본다.

지상에서 반쯤 내려앉은 셋집,
아내가 기다리고 있지 않던 어느 캄캄한 아침을
어둠만이 미치도록 가득하던 빈 방을


3.

희미한 기억의 한 토막,
하수구로 빠져나간 生의 비늘 한 점
긴 골목 좁은 하늘에 낮달처럼 피어난다.

환각통이다.



<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27 09:44:2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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