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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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142회 작성일 16-04-13 22:21본문
다 어디로 갔을까
하나둘 새겨 놓을 걸
내 것이 되지 못한 것들을
날들을……
이름들을……
빛이 되지 못하고 어둠속으로
스르르 사라져 버렸던 수많은 것들이
내 몸 어딘가에 무엇으로 남아
오늘은 내게 인사를 한다
안녕......
비바람 지나간 뒤란에서 어머니는
가지째 널부러진 파란 감들을
주섬주섬 주워오셨다
어딘가 상처 나고 모가 난 몸 이었다
며칠 단지 속에 푹 담겼다 나온
그 맛을 뭐라고 해야 할까
떨떠름 하던 그 맛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냥 무 같기도 하고
속내 다 뺏기고 몸만 남은
그런 짭조름한 무엇이 되어 있었다
어느새 나도 딸깍 하고 불이 들어오면
그 불빛 속으로 뛰어드는 풀벌레처럼
어둠 저 편에 있던 것들은 다 내려놓고
그저 그렇고 그런 것들만 쫒아 다니는
속내 다 뺏기고 무른 껍질만 남은
그저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16 17:18:26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石木님의 댓글
石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 몸 어딘가에 쌓여 있던
아직 내 것이 아니었던 시간과 의미들의 인사는
그래도 반갑게 받아줘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냥 무 같고, 껍질만 남은 듯하다는 인식은
내면적 숙성과정인 것이고
밖에서 읽는 사람들에게는 과즙이 풍성한
경륜의 향기일 수 있는 것이니까요.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저 애들 사교육이나 생각하고
오르는 집값이나 걱정하는...
고만고만한 어른이 되었네요~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삶의 경륜이 묻어나는.....좋은 작품......
바라보는 시선이 좋네요.....
낭송 목소리도 좋았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했습니다.
박성우님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고 형님~ 경륜이라니요~
향시인님 시키는대로....
숫자 세어 가며 천천히 했습니다~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ㅋㅋ
톰소여님의 댓글
톰소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 어디로 갔을까요.
빠질 거 빠지고, 남을 거 남는
그저 그런,
그렇지만 그런 경지도 시간만으로 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잘 감상했습니다.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른이 되긴 했나 모르겠습니다.
덩치만 커진 거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