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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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7건 조회 1,115회 작성일 16-04-19 14:15본문
유월 초 망종을 몇 밤 잡아두고
조막손들은 누렇게 익은 보리밭 사이로 아직 철딱서니 없는
청보리 한모슴씩 끊어 온다.
청보리를 벨 때 망나니 칼춤 추듯 미소가 번지고
신촌 아재 낱가리에서 벌집 같은 볏짚을 빼 온다
성냥갑 껍질을 물 묻혀 괴다
꼬타리에 묻혀 햇살 껍질을 몇 겹 입혀 딱성냥을 제조한다
대마지 바짓가랑이에 찍 긁으면 현란한 별들이 뜬다.
짚불을 일궈 청보리를 한모슴씩 들고
보리 모가지를 돌리며 노릇노릇 구우며
장엄한 다비식을 연다.
가뭇한 모가지가 툭 툭 떨어지고
무릎 아래 조부님 뫼똥 같은 모가지들이 쌓이면
오녀름 뙤약볕에
뻘쭘하게 습기를 사숙한 검정 투가리 고무신에 비벼 담는다.
바람의 문장을 활용 쳉이질을 하여
보리껍질들은 다 바람의 편에 날려 보내고
고소롬한 몽정 같은 가슴으로 구운 보리를 주머니에 넣으면
잔불은 아이들 오줌발이다.
봇물처럼 부풀어 오르는 희열을 낱알로 깨먹는 맛은
까슬기 팻어낸 밀껌을 베림빡에 붙여놓고
구루잠을 자다 신새벽에 일어나 다시한번 씹어보는
그 뭉클한 쾌감이랄까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26 12:41:45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잔불은 아이들 오줌발이다.
ㅋㅋ 평안하시지요..// 보리서리~~
그 호된 서리의 맛을 한두번 본..
장엄한 다비식이었지요..//
양철붕어님의 댓글의 댓글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영록 시인님 감사합니다
시골 촌동리에 유년을 지나면서 배고픔을 견디고 살았습니다 마당에서 풀대죽을 끌어 먹으면
잠들시간 뱃속에서 별들이 사그락거렸지요
보릿고개 그 고난이 어쩌면 아름다운 풍요이기도 했구요
지금 생각하면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옛날 그림이 화르륵 현실로 달겨듭니다
밀껌까지는 경험이 없지만
청보리 구어먹던 시절
까끌한 추억입니다
우리는 벽에 붙였다 다시 씹어보는
롯데껌 정도...
감사합니다
양철붕어님의 댓글의 댓글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태운 시인님 다녀가심 감사합니다
제주도는 그래도 좀 낳았을 것 같습니다.
호남은 농사가 전부이기도 하여 거기에 전전긍긍하고 살았지요
농사철이 되기 전에는 집집마다 아픔이 있었지요
밀껌을 제조하려면 밀을 입에 넣고 아마 천번을 팻어야 껌이 될 것입니다
香湖님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리서리? 보리는 껍질이 딱딱해 잘 벗겨지지 않는디요
청보리 란 것이 귀리를 말함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밀이삭보다 더 긴
낱알도 밀보다도 더 길쭉한 청색빛 도는 알갱이
그것은 저희도 잘라 불에 구워먹었지라
껍질 호호 불어가며
양철붕어님의 댓글의 댓글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호님 반갑습니다
깜부기 얼굴에 수박무늬로 줄을 긋고 시작했지요
그시절 보리서리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껍질을 투가리고무신에 쏳아놓고 까불러야지요
글에 몰두좀 할려면 잡아 당기는 것들이 있어 십여전 전을 당겨 놓았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리만족으로 김시인님 추억에 무임승차합니다
저런 서정적 추억이 없는 저는 부러운 감성입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서정을 거닐었습니다. 김사합니다
양철붕어님의 댓글의 댓글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태가 숙고를 물고 느러져 글을 벗어나 살고 있습니다
유년시절 그 절절한 시린 내면을 갖고 고난으로 살았는데 지금은 그날들이
보석처럼 영롱합니다
다녀가심 감사합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잡초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딱성냥으로 보리 서리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입술 검게 그슬린 그옛날 모습
오줌발갈기던 모습
그런 추억을 기억하게 해주신
양철붕어시인님께 갑사 드립니다
양철붕어님의 댓글의 댓글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시인님도 그시절을 겪었군요
60년 초 산으로 들로 먹걸이를 찾았지요 빼비, 찔레순, 뱀딸기, 봄동, 진달래꽃, 소나무 껍질
그 뻐신 것들으 삼켜도 다 소화해 냈던 날들
고운자락 놓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탁님의 댓글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도 어릴 때 보리서리 했지요 까만 입을 보면서 서로 웃던 생각
손으로 비벼 먹던 맛 쥑이지요
오빠 곁에서 얻어 먹었지만 ㅎㅎㅎ
양철붕어님의 댓글의 댓글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먹거리가 없는 시절이라서 모든 것들이 황홀함이였지요
까매진 얼굴을 보며 서로의 볼에 재를 묻혀주던 그런날이 이렇게 아름다움이였다는 것을
그 때는 생각이라도 했을까요
늘 현탁 시인님 문장을 읽고 감동이였습니다
시마을에 좋은시 읽을수 있는 기쁨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탁님의 댓글의 댓글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헐, 별말씀을요 시인님
저에겐 하늘 같습니다 제일 먼저 들어 옵니다만 댓글은 언감생심이었다가
용기를 얻어 몇자 적었습니다
아직 초보수준입니다요
양철붕어님의 댓글의 댓글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겸손하십니다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현탁 시인님 문장을 대할 때마다
깊은 시안에 빠져 들곤합니다
양철붕어님의 댓글의 댓글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평이한 글들이 구별없는 독자들 가슴에 울림을 주기도 하였지요
베림빡이라는 지역 방언이
오독오독 그리움이기도 한 날들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나를 자유케 하자라는 생각과 한동안 파먹힌 골들이 짠해서 쉴수있는 시간을 느려뜨리고 있습니다
십여년전 써먹던 글을 칼질하지 말고 비늘도 베끼지 말고 지느러미 대가리 그대로
올려봅니다
해뜬이 시인님 문장에 발뒤꿈치 들고 들어갔다 맛깔스런 살점 우리고 나가곤 했지요
다녀가심 감사합니다
프레드리히님의 댓글
프레드리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데 좋긴한데...왜...나는...이 시가 예전 그러니까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 나오지 않고 이제야 나왔을까? 하는...안타까움을 놓습니다. 그럼 저는 뭐라고 해야 하겠는데 남자에게 좋은데 좋긴 한데...그럼 무슨 서리를 하면 현대적인 감각이 될까요? 좋은데 좋긴 한데...남자에게 좋은데...그런 선전 문구가 있는 그 어떤 소재의 서리를 할 수 있다면 그래도 현대로 갖고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저 혼자만의 독백입니다. 아숩다!
양철붕어님의 댓글의 댓글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맨날 쌀밥만 찾다가는 건강에 해롭다는 보리밥도 먹고 굶기도 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
야튼 주신 카드 받고 접수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