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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것들과 수건돌리기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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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면책특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163회 작성일 16-05-07 04:22

본문

 

 

 

 

            4의 것들과 수건돌리기의 결말

 


내가 너를 불러냈으므로
우리가
조우할 수 있다면
그 막연한 가능성으로부터
너는 내가 사랑했던 소녀이거나
소풍 전날 걱정했던 날씨이거나 또는
그 무엇이거나
온전히 과거로부터 오는 것일 수 있고
구름이란 형태에 숨어 얼마간 지나가는 중일 수 있다
0.004마이크로그램?
그 작은 무게가 있으면 구름으로부터 해소될 수 있는
빗방울 직전의 빗방울이거나
그러므로 지금 모든 공중은 잿빛일 수 있다
회한을 잔뜩 머금은 표정이었다가
후두둑 포탄 같은
슬픔을 뿜어낼 수 있다

떨어지는
모든 슬픔들의

발,

내가 너를 생각했으므로
광장은 어디로든 벌어질 수 있다
길 위를 달려가는 모든 자동차들이 어쩌면
이곳으로 오고 있는 모든 너의 차 안이 되고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고
만나야만 했던 장소마다 네가 생겨난다
너는
전광판의 시계가 차곡차곡 바꾸고 있는 시간이거나
노래방에서 포도몰로 시네마로
비의 징후를 느낀 비둘기가 긋고 가는 사선이거나

내가 너를 불러냈으므로
나의 모습은 기다리는 자의 것을 차용할 수 있다
시선은 광장이 아무렇게나 번져가는 곳
바람이 어쩔 줄 모르고 서성이는 나뭇잎 근처이거나
배터리 매우 없음 잔량 4%로 점멸해가는 휴대폰 액정이거나
그러나 절체절명의 한 통화를 기다리는 이가 될 수 있다면
4%는 얼마나 거대한 힘인가
나는 광장에 앉아
너를 필사적으로 쫓던 나의 장면들을
구경하고 있던 것인데
이제 이 4%의 힘으로 무엇을 쫓아야 하는지
언제부터인지 모를 불길한 그림자가 내 뒤에 놓여 있다
비둘기 한 마리 날아오르고,

끊임없이 돌아가는 것이
결말인가?

너는
내가 언젠가 사랑했던 소녀이거나
아주 먼 심해로부터 이곳으로 돌아온 구름의 시간이다
엄마! 지금 축축한 무엇인가 내 이마를 긋고 갔어, 라는 식으로
직감하는 회전이다
그러므로
빗방울 이후의 빗방울은 다시 심해가 될 수 있다
유독 4℃의 물이 되어 가장 깊은 바다가 될 수 있다
물이 다시 떠올라도 4℃는 그곳에 남는다
심해어들이 무사히 헤엄치며 점점 시력을 잃어간다

너는 언젠가 걱정했던 소풍 전날의 날씨이거나
어둠 속에서 깜빡이는 심해어의 흐릿한 비늘이거나

내가 너를 불러냈으므로
너는 이 잿빛 광장을 통째로 끌어안으며
나타날 수 있다

조금은 죽음이었고
조금은 로맨스였던
내가 있던 자리마다 빈칸이었으므로
네가 가진 모든 경우의 수를 내게 대입할 수 있다
다시,
비둘기 한 마리 공중으로 그어 올려지고
어떤 비둘기의 사체는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5-10 13:50:24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숨도 안 쉬고 내달리는 붓의 휘모리장단은 바로 이런 것인가요?
4를 불길하다 말할 때마다 예후는 패배주의겠으나, 4를 12척 거북선이라 인식할 땐 그것은 승리를 담보한 것이군요.
나른한 시는 물러서거라! 캉캉이 돌아온 주말, 시단의 4번 타자 면책특권님의 만루 홈런포 작렬을 두고
감탄사 '와우~!'는 무조건 반응입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수학자이던가.. 그 이름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숫자야말로 우주를 이해하는데 가장 유효한 도구이며
0의 개념을 인식한 후, 인류는 비로소 그 무극(無極)함에서 신과도(신는 신말고)
대화가 가능해졌다고 하였던가요

어쩌면, 수학자의 입장에서는 숫자가 우주 삼라만상이 빚어내는
모든 현상과 사물을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도구인지도.. (그건 아인슈타인도 그랬고)

시에 있어서도 숫자라는 소재를 이용한 경우가 있지만,
4라는 숫자를 시인의 의식의 흐름에 맞겨
풀어내는 이미지가 다채롭습니다

동양권에서 4는 대체로 소멸(死)의 이미지이지만,
그 소멸의 아름다움이 없다면 그를 통해 비롯되는 또 다른 생성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길도 없을 터

독자의 경우, 숫자를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킨 대상과 의식과의
조화를 시를 통해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거 같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프리드리히님의 댓글

profile_image 프리드리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쉼보르스카를 넘어서지 않으면 실패인데...같은 풍을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한 점(재창조가 없으므로)을 들어 실패!
그러나 그 과정을 본다면 절반의 성공!
한국풍을 더 넣어야 하겠다는 헤겔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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