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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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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52회 작성일 16-05-16 19:58

본문

그날

 

아무는 것이 상처라지만

흐르는 세월이 약이라지만

해가 저물어 우리가 술을 마신다

발포의 주역도 없이 빗나간

역사의 총알을 맞아

우리가 술을 마신다

술병은 제 내장을 다 파내고도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화염병

술잔은 당신의 최루(催淚)로 넘치는 눈동자

무덤에선 왜 아직도 파란 풀이 돋는가

열이레 사자(死者)들이 강림하면

잔 잡아 당신을 위해

우리가 술을 마신다

주검이 능선을 긋던 행진들아

국민에 박힌 군화 자국 이제 어찌할까

미친 총구에 맞서던 심장들이

5월의 과녁이던 그날이 오면

혈루(血淚)의 잔을 들고

우리가 술을 마신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5-20 12:45:5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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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피랑 선생님 주신 시 슬쩍 감상하고 가려다가 인사 드리고 가네요.....

님을 위한 행진곡 정말 오래간만에 되놰다가 눈물 찔끔 거리다가 갑니다.
참, 데모 많이 했습니다. 80년대 끝자락 학번, 이었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시 잘 감상하고 가요...좋은 저녁 되십시오.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鵲巢 님 무척 오랜만입니다. 사업도 열심히 하시고 창작도 불타는 장작 같아 늘 부럽습니다.

수능(예비고사)을 칠 무렵 10.26이 발생하더니 다음 해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전국에서 민주화운동이 봇물 터지듯 하였죠.
캠퍼스 생활 불과 몇 개월 만에 휴교령이 내리더군요. 교내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저는 평소처럼 운동장을 돌려고 새벽녘에
기숙사 문을 나오려는데 출입문 좌우에 현역 두 명이 M16에 대검까지 꽂고 위협을 하며 외출을 막더군요.
나중에 보니 이미 밤을 틈타 운동장엔 군인들이 막사를 설치하여 주둔했고, 우리는 통학버스를 이용하여 모두 짐 보따리 싸고
시외주차장까지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강제 후송당하였죠.
당시 조선대에서 처음부터 운동권이었던 친구 한 명은 광주에서 통영까지 그야말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고향에 돌아왔는데
항상 감시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 친구를 보면 저는 역사적 현장에서 희생을 다하지 못했던 젊은 날이 부끄러울 때가 잦습니다.
그래서인지 니주구리합빠빠 새끼들 아직도 안 데진 걸 보면 피가 까꾸로 치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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