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닦는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62회 작성일 16-05-17 23:22본문
꽃의 물결이 산에 오르고
단풍의 물결이 산을 내려갑니다.
산사에 눈이 내리면
사람의 발길이 뜸하더이다.
묵은쌀 한 줌 풀어
새를 불러들이게 되었습니다.
도둑고양이 산에 오르면
여지없이 짝을 찾아 새끼를 낳고
산을 내려갔습니다.
개도 목탁소리에 꾸벅꾸벅 참선하는
절 마당의 댓돌에 부리를 비비는 까치 부부가
시주 한번 없이 공양 간에 쌀을 비워도
나른 나른 오후의 햇살이 자비롭습니다.
겨울나무가 몸을 녹이고
막혔던 길이 제 모습을 찾는 봄이 오면
모든 것을 다 덮어 둔 눈이
새 생명을 소생합니다.
골골 깊은 계곡에 물이 흐르면
그 사납던 바람도 순한 양처럼 잠들고
무심 바위들이 시냇물을 가둔 면경에
하늘은 욕심 없이 가득했습니다.
들판의 곡식들이 황금 물결로 출렁이면
비루하고 남루한 것은 사람의 마음
행색을 탓하지 않는 풍요가
산을 내려가 들을 적신 까닭입니다.
묵언 수양은 마음으로 귀를 닦는 일이요
귀를 닦음은 세속에 눈을 씻는 일입니다.
추천0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절의 시묘함을 글로 표현
참 아름답슨다 향 필하소서
이포님의 댓글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속의 일을 잊는 일이 마음의 귀를 닦는 일
듣지 않으면 형상도 지워진다는 진언
저도 귀 깨끗이 닦고 싶어지네요.
좋은 글이네요.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