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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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4회 작성일 16-05-25 11:53본문
물 한 지게/광나루
물통을 대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물 한 지게를 받을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시골에서야 우물이 있었으니 걱정이 없었겠지만
사람과 물건이 복닥거리는 도시에서는
수돗물에 의지할 수밖에
잠까지 설치면서
꼭두새벽부터 줄을 대어 놓고
잠시 자리를 비우면
어느새 내 물통은 줄을 벗어나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시비가 벌어지고
머리채를 잡고 엉겨 붙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도
그 물은 생명수였기에
날마다 그 짓은 이어졌다
힘겹게 얻은 물 한 지게를 지고
걸음을 옮길 때는
물의 흔들림에 맞게 발을 띄어야 한다
물과 발걸음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물은 그만 화를 내고
그 조그만 통 속에서 너울을 일으켜
물동이를 넘어 땅을 향해 곤두박질한다
귀한 물의 손 발등을 어루만져
내 살에 붙은 바지까지 흠뻑 젖어
물동이를 지고 걸을 때는
사뿐사뿐 물이 내쉬는 호흡에 맞춰
나의 숨결을 보내야한다
내 몸을 보내야 한다
내 느낌을 보내야 한다
마구 휘두르는 팔에
함부로 걷는 발에
휘어지고 쓰러지는 것들에 대하여
위로를 보내는
물 한 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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