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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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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건
조회 999회
작성일 16-05-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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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정지시킨 공간에서 햇빛을 받으며
왕관을 쓴 사내아이가 물끄러미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바랜 활엽의 커다랗고 푹신한 의자 위에 번듯하게 앉아
시간이 아이스크림처럼 질질 녹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며 약간 웃고 있다
아이의 귀여운 얼굴 위로 검은 파리 한 마리가 붙었다
파리는 잎사귀를 먹어치우는 유충처럼
아이의 표정을 먹어치우기라도 할 듯 아이
얼굴 위에서 바삐 움직인다
그러나 파리에게 줄 표정 따위는 없다는 듯
아이는 계속 약간 웃고 있다
파리가 헛물 켜는 동안
때 묻은 유리창 앞에 앉아 있는 노파의 좌판 위엔
5월의 햇빛보다 먼저
11월 쯤의 죽음보다 먼저
낮게 흐르는 그 무엇
말하자면 추억 같은 것, 회상 같은 것
그것을 뭐라 할까,
오후, 그늘따라
전신주와 가로수가 있는 길을 가는 동안
영속적인 것은 남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고
돌아보니 미처 듣지 못한
전신주와 가로수의 수화가 시끄럽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6-01 10:21:40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이경호님의 댓글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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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그믐밤님과
파리와 저와 곧 그믐이 될 달이 떠오릅니다.
하얀 피가 팟~ 하고 터지는 사진관이 그립네요.
즐거운 하루 만드세요^^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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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님이 컴백하자마자 시마을이 수런거리며
아연, 분위기가 활달해지는 것 같습니다 ㅎ
현탁님의 댓글
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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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사진 위로 파리가 헛물을 켰네요
이짜식...........ㅎ
말하자면 추억 같은 것요 ㅎㅎㅎ
사진 속에 폭 빠집니다
그믐밤님의 댓글의 댓글
그믐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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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탁님, 늘 좋은 시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대상을 억압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다루시는 솜씨가 이미
자신 만의 고유한 세계를 이루고 계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이 많으시길 바랍니다ㅎ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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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상관의.......시스템적인 부분이....
좋은 구성 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믐밤님의 댓글의 댓글
그믐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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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김부회 시인님, 반갑습니다.
시간이 지배하는 공간과, 공간에 갇힌 시간
멈춘 것과 움직이는 것, 현상학적인 것과 보다 근원적인 것..
ㅎ 밸런스를 잡아보긴 했는데 기우뚱합니다.
격려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