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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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972회 작성일 16-06-01 13:02본문
시냇물 거울
내 유년의 뜰 가운데에
유년의 思惟가 깃든 시내물이 흐른다.
모래알갱이가 물결무늬를 그려 넣고
피라미들이 한가롭게 노니 던 곳
그곳에서 꿈을 떠 마시며
봄을 캐고, 여름을 키우고,
가을 보낸 후엔 겨울을 만들었다.
하얗게 연기 피어오르던 굴뚝아래에
둥지를 튼 사람들은
맑은 시내물속에
자신만의 거울 하나씩 걸어두고 살았다
나도 그랬다.
시냇물을 들여다보면
때론 말간 웃음이 보이고
때론 찡그린 눈썹이 보이고
맑은 날에는 심술 난 마음도 보였다
시냇물은 한 번도 거짓을 보여준 적 없었다
어느 날인가
물속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피라미 떼가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물속에 집어넣었다
순간 피라미 떼는 어디론가 모두 사라지고
시냇물 거울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다시 올 거라 기대했던 피라미 떼는 오지 않고
나는 다시 시냇물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그 때 내 눈빛은
시냇물 속 세상의 평화를 깨뜨렸다는 자책대신
피라미 떼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만 가득했다.
내 얼굴은 아무리 봐도 예쁜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도 그 무렵부터인 것 같다.
나만을 위해
모든 것이 존재해 주길 바라던
욕심이 조금씩 희석되어 간 때가,
시냇물 속의 평화 같은 건 그냥 유지되는 것인 줄 알았던
나의 착각이 산산조각 나던 때가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는 사실을 깨달은 때가,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6-06 09:52:13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흰빛내일님의 댓글
흰빛내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냇물을 소재로
핑크샤워님의 댓글의 댓글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첨 뵙겠습니다."흰빛내일님" 머물러 주시고 좋은 말씀 놓고 가셔서 고맙습니다, 닉네임에서 맑고 희망적인 느낌이 나서 좋습니다, 향필하십시요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역시, 내 마음의 거울에 비추인 내 모습을 보니
참 오랜 세월을 잘못 살아왔단 생각이..
시를 읽으니, 문득 전에 감상했던 시 한 편도
떠올라 옮겨봅니다
좋은 시에 머물다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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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날 / 권터 아이히
너의 날은 잘못 간다
너의 밤은 황량(荒凉)한 별만 찼구나
百 가지 생각이 자꾸만 오고
百 가지 생각이 자꾸만 간다
너 기억하겠느냐 ?
일찌기 너, 다만
푸른 강 위에 뜬 한 조각배였더니
일찌기 너,
나무의 발을 가지고
이 세상 항구에 정박하고 있었더니
너 다시 그리로 돌아가야만 하겠다
옛날의 비(雨)를 마시고
푸른 잎들을 낳아야 하겠다
네 걸음이 너무 성급하고
네 말과 네 얼굴이 너무 비겁하다
너는 다시 말 없는,
거리낌 없는,
차라리 보잘 것없는 한 마리 모기
혹은
일진(一陳)의 광풍(狂風),
한 떨기 백합이 되어야겠다
Gunter Eich (1907~1972)
독일 <레부스>에서 출생.
서구 시인으로서는 드물게 동양문학을 전공하였고,
제 2차 세계대전의 광풍(狂風)에 휩쓸려 시베리아 포로
수용소에서 극심한 강제노역을 하다가 귀환.
하지만, 포로 시절에도 詩는 놓지 않았다.
시작활동(詩作活動) 이외에 방송국의 극작가로도 활동.
작품으로는, [Gedichte] [Untergrundbahn]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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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간명(簡明)하게 정의해 주는 詩를 만나면,
그 詩를 통해서 파악되는 내 모습도
선명해지는 것 같다
시를 읽고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나의 날들은 정녕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
깊은 눈 없이 세상을 바라 보았고,
가벼운 혀로 무거운 삶을 말했으며,
고단한 노력 없이 결과에 성급하기만 했다
그리고, 현실 앞에서 항상 비겁했다
또한, 내 고통은 언제나 남의 탓으로 돌리고
진심으로 사람들을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글로는 줄창 사랑을 말했다
정말 말 없는, 거리낌 없는,
차라리 보잘 것 없는, 저 한 마리 모기도
나보다 훨씬 정직하게 사는 것을
세상의 거센 바람에 부대끼면서도
정신을 놓지 않는, 저 한 떨기 백합(百合)이
나보다 훨씬 당당한 것을...
출발했던 최초의 항구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살아오며 헛되이 지나친 모든 것들에게
내가 그렇게 살아서 미안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 희선,
핑크샤워님의 댓글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인님 다녀가셨네요, 저는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꽃들을 돌아보고 지금 책상에 앉아 시마을에 들어왔습니다..시차가 커서 거긴 지금 새벽? 아님 아침? 어느 때 이건 식사 잘 챙겨드시고(맨날 라면만 드시지 마시고) 건강 유지하도록 노력하세요,,내일 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