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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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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30회 작성일 15-08-31 07:29

본문

줄기 기둥

 

늦가을이 깊어진 들판

화려했던 꽃잎 떨구고 퇴색된 줄기로 서있는

기둥 속으로 하늘은 남은 정을 새기고 있다

이 땅에서 비바람 얼마나 맞으며 살아왔음을 말하고 싶었으면

가녀린 줄기로 버티며 이루어낸 시간의 역사에

갈잎의 증거를 남겨 놓았을까

바람은 찬 기운을 풀어놓다가 햇살에 화들짝 놀라고

구름은 제 모양을 뽐내려 두둥실 떠간다

들판 한곳에 무심히 서있는 기둥에

이유를 붙이지 못한 고요함이 풀어져있고

또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가늘어진다

한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음은 다음을 기약하게한다

한때 무심히 지나쳐 버린 인연이

소중으로 두손에 가덕 쥐어 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충실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마음에 아쉬움이 깊어졌다

기둥만 남아버린 줄기와 마주치는 가슴속으로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말라가면서 긴 호흡 하나 남겼다

떠나버린 녹색의 기억을 품고 주름살 사이사이마다

허기졌던 젊었던 날들 압축해 놓는 것인가

물기마저 사라짐은 더 큰 갈망을 위함이기에

갈색의 기둥은 떠나버린 것에 소리내지 않는다

내가 이루어낸 기둥을 돌아보던 날

갈비뼈 같은 앙상함 속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고 보니 저 꽃줄기에는 활짝 웃었던 기억만 있었고

이것이 나의 기둥이라고 움켜잡고 있었던 것이 욕심이었음을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01 11:42:10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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