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 아무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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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40회 작성일 15-07-06 17:13본문
빈집 / 아무르박
나무는 죽어 나이테를 버리지 않는다.
백 년의 문양을 가업으로 천 년을 새긴다
그것은 버려진 나무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월은 툇마루 밑에 바람의 씨를 묻는다.
비가 다녀가지 않으면 흙으로 돌아갈 수 없는 먼지다.
빛도 이곳에 오면 갈라져 먼지로 앉는다.
쟁기와 호미가 아뿔싸 봄에 잊히면
녹이 슬어 버려지는 곳
바람이 들자 갈 곳을 모르면 여름을 식혀
널판의 틈을 비집고 길을 내던 곳
귀뚜라미가 울어 가을밤이 깊어지면
툇마루의 소리를 먹고 도둑을 지키던 곳
들고양이 겨울을 나고 새끼를 키우다가
늙어 자리를 내 주던 곳
빈집은 처마부터 헐었다.
지붕이 하늘을 여는 그 날부터 마루는 옹이를 팠다.
마당을 쓸던 잡초들이 툇마루를 침범하고
오동은 보란 듯이 뿌리를 내렸다.
나무가 새긴 나이테가 흙벽처럼 무너져 내렸다.
집에 새긴 내력의 먼지는 오동의 거름이 되었다.
사람이 떠난 빈집의 툇마루는 울지 않았다.
바람만이 세월의 씨를 찾아 이 집을 드나들었다.
나무는 죽어 나이테를 버리지 않는다.
백 년의 문양을 가업으로 천 년을 새긴다
그것은 버려진 나무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월은 툇마루 밑에 바람의 씨를 묻는다.
비가 다녀가지 않으면 흙으로 돌아갈 수 없는 먼지다.
빛도 이곳에 오면 갈라져 먼지로 앉는다.
쟁기와 호미가 아뿔싸 봄에 잊히면
녹이 슬어 버려지는 곳
바람이 들자 갈 곳을 모르면 여름을 식혀
널판의 틈을 비집고 길을 내던 곳
귀뚜라미가 울어 가을밤이 깊어지면
툇마루의 소리를 먹고 도둑을 지키던 곳
들고양이 겨울을 나고 새끼를 키우다가
늙어 자리를 내 주던 곳
빈집은 처마부터 헐었다.
지붕이 하늘을 여는 그 날부터 마루는 옹이를 팠다.
마당을 쓸던 잡초들이 툇마루를 침범하고
오동은 보란 듯이 뿌리를 내렸다.
나무가 새긴 나이테가 흙벽처럼 무너져 내렸다.
집에 새긴 내력의 먼지는 오동의 거름이 되었다.
사람이 떠난 빈집의 툇마루는 울지 않았다.
바람만이 세월의 씨를 찾아 이 집을 드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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