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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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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6회 작성일 15-09-01 08:53

본문

8, 안녕

 

 

 

 

8, 뜨거운 맛을 본 태양의 고도, 슬그머니 발목을 뺀다. 내가 정점에 오르는 까닭은 천명 부지하고 다시 대처로 오려는 간절한 소망, 기울어진 태양의 궤적을 쫓는 누추한 그림자 하나, 키다리가 되어간다. 창 밖, 어제보다 일찍 당도한 땅거미, 조금씩 밤잠이 깊어진다. 8월 마지막 오후 햇살이 사그러질 쯤, 텅 빈 운동장에 산비둘기 세마리, 종으로 지르다 횡으로 꺽인다.

 

 

등나무 줄기 끝에 잎새가 오르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부지런히 채워야 한다. 탈 없이 한계절을 나기 위해 능력껏 제 몸집을 불려야 한다. 차고 넘치도록 빵빵하게, 계절의 절정을 갈구하는 가을 문전에서 낯익은 그림자, 또 늘어진다.

 

 

새삼, 느끼지 못했던 계절의 흐름, 날이 갈수록 무뎌지는 감각은 늙어간다는 반증,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가을 허기, 비워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만 가득했다. 오히려 허기에 대한 갈망이 지나쳐 애꿎은 욕심만 부푼다. 끝맺지 못할 말을 하고 그림같지 않은 그림을 화폭에 옮긴다. 무슨 말일까?. 어떤 그림일까? 반문을 해보지만 자질구레한 변명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걸맞는 답은 없었다.

 

 

길에서 구수한 가을 냄새가 난다. 확 불사르지 못한 것의 냄새, 가을은 코에서 눈으로 스며든다. 짧아지는 낮의 길이 만큼 싹둑 잘려나가는 치맛단, 세상살이가 드세진 모양이구나.

 

 

 

 

글쓴이 : 박정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07 10:51:2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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