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9> 그이가 떠나려 하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1,282회 작성일 16-06-14 07:52본문
그이가 떠나려 하네 /
사람도 계절을 닮아 제철이 지날 때면
아는 이들이 자꾸 떠나서
어제는 웃음을 감추고 먼 곳에서 술을 마셨다
크게 웃을 일이라야 온 식구를 보여주던 그가
소주병을 따던 푸른 계절을 보내고
무언가 먹이려 늘 애쓰던 그이가 떠나려 한다니
썩 믿고 싶지 않다
소금밭이라도 뒹군 듯 땀내던 옷 채로
허기를 채우느라 술에 취하면
듬직한 그만 믿고 그냥 자곤 했는데
백석(白石) 같던 그가 신경이 곤두서서
무심코 머금은 찬물에 화들짝 놀랜다
맷돌 같은 힘으로 날 위해주던 그의 부재를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을까
때 되면 기다란 의자에 누워
그의 임종을 지켜보겠지만
매사에 앞장서던 그이가 없는 자리
나는 바보처럼 웃게 되겠지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오만으로
어두운 계곡 바윗돌 같던 그이가 흔들린다
한 생에 치열하던 그 치가 이젠 떠나려 한다
댓글목록
현탁님의 댓글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피면 져야하고 왔으면 가야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거늘 우린 늘 아쉬움으로 몸서리치지요
날 위해주던 그가 떠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인데 어쩌나 영원할 것 같은 것들도 한순간 사라지는 것을
울 아버지가 그랬고 또 시어머니가 그럴 것이고 그 뒤를 이어 우리도 그럴 것인데
그 빈자리는 무언가 좋은 일이 채울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살아갑니다
아자아자 그 등치로 기분 업하시오..........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형.... 심각한 거 안 어울려,,, 차라리 요글해줭ㅋㅋㅋㅋ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장을 꾸리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이젠 날씨가 덥네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존경하는 오영록 시인님의 댓글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뭔가 어눌하고 엉성한 글에 과한 격려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운 여름 날, 주말 농장 무리하지 마시고 쉬엄쉬엄 하세요.^^
시엘06님의 댓글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미지와 글이 잘 어울리네요.
그토록 한 생을 단단하게 버텨주었던 이가 설렁해지면 빠지는 순간,
믿고 단단했던 한 존재를 떠올리게 되고, 그렇게 시가 발아하면서
내면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멋진 시에 감탄하며 한참 감상하다가 갑니다. ^^
봉쥬르 or 본뉘!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못 되고 평서문으로 머물러버렸습니다.
퇴고의 시일이 촉박하다는 핑계를 들어봅니다.
대부분 지나간 게시물을 고치려 들지 않는데
과거 몇몇 편을 고쳤듯이 이 글은 차후에 더 줄여볼까 합니다.
이상국 시인의 '화근을 두고 오다'를 읽고 모티브를 얻었는데요.
그의 멋진 시처럼 간결해져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화근을 두고 오다 /이상국
어금니를 뺐다
수십년 몸속에 뿌리를 박고 살던
화근(禍根)이 뽑혀나왔다
온몸을 붙잡고 완강하게 버티다가
상당한 살점을 물고 나왔다
어떻게든 살겠다고
컴컴한 곳에서
남의 살이든 뼈든
닥치는 대로 씹어대던 그가
전신에 피를 묻힌 채
대책없이 뽑혀나왔다
치과의사의 쟁반 위에 버려진 그는
그렇게 많은 것을 먹었음에도
그냥 돌멩이처럼 보였는데
나는 그를 거기에 두고 왔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도 마우스피스를 물고 사는데
풍유로 풍차돌리기를 하셨군요. 홍콩까지 나가떨어진 시가
귀환하려면 우선 환전소, 공황, 그리고
검은 테입 바른 이로 웃는 일.
철학적 사고를 발랄한 유머로 섞는 그래서 페이소스 넘치게 하는 재주
부럽습니다.
시마을 모델이 술을 너무 퍼 마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시인은 술통일 수밖에 없다, ?...!
술은 영혼의 비타민, 이런 헛말이 나오려는 찰나.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분이 저의 글을 보고 이를 뺐냐고 물어보대요.
무심하게 대한 그가 어느 날 한번에 몽창 빠져버릴 것 같은데요.
그러거나 말거나 그 힘들다는 주도의 길은 꿋꿋이 갈까 합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너네 애비는 술 먹다가 죽었단다 하는 게 낫지
너네 애비는 치과 치료받다가 쇼크사 했단다 하면 얼마나 허무할까요.
항상 멋진 날개를 달아주셔서 음청엄청 고맙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뒤늦은 시간에 찬찬히 둘러보며 읽어봅니다
이상국 시인의 모델을 들지 않더라도 진흙 고랑을 뒤져 찾아낸 씨알에
안도감을 놓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본인은 부정하나 타인들은 인정하는 글의 흐름은 더 거세질 것이지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든든한 사촌 형님 같은 분...
수원에 오시면 순대국과 금방 해서 주는 따뜻한 밥을 사드리고 싶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함께 그 밥을 먹고 싶습니다.
건강하시고...
모든 일이 잘 되실 겁니다. 한번 더 건강하세요^^
시로여는세상님의 댓글
시로여는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의 그이는 아직 건재하여
한 20년은 거뜬할 듯 합니다.
뭐니뭐니해도 내꺼가 최고이죠^^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니져,,,, 남의 꺼가 더 땡기고 쌘삐고 튼튼하고 더 좋져....
질려서 버릴 때 쉬 버려 글치....
좋은 세상 여세요, 시로 여는 세상 편집인님....
(빽으로 저, 등단 좀 시켜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