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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것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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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동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4회 작성일 16-06-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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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것들에 대해


 

진 꽃들이 벌써 잊혀졌다면
올 가을엔 국화가 서둘러 필거야
허연 묵념을 당신께 선사할 때

코 끝이 무거워지는 이유를
이울어야 했던, 쓰러져야 했던
봄날의 어린 향기라 말하고 싶어


벼락같은 투신이었지
나비보다 더 하얗게 춤을 췄어
광녀의 산발처럼
거리를 헝클어논 소란죄로
청소부에 연행되었고

우거지는 잎새들을 위해
우거지는 푸른 유산을 위해
나무에서 뛰어내린 거라면
그 목숨을 어디 잊을 수 있겠어?
그래서 떠난 자들에게
화환을 두는 건가봐


#

꽃같은 시절
불꽃이 된 청년도 잊혀진다면
올 가을엔 단풍이 뜨거워질거야
당신의 고향길에서
떨어지는 붉은 목숨 주워든다면

눈 앞이 붉어지는 이유를
달려야만 했던, 쓰러져야만 했던
70년대의 어린 횃불이라 말하고 싶어


(나를 죽이고 가마*)
고향으로 뛰어내린 청년은
온몸으로 쓰러지는 이유를 말했지


한 걸음 달릴 때마다
거리도 쓰러져가기 시작했고
 
'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파솔라시도'
피아노의 마지막 계단은 침묵이었지
그가 내지른 마지막 음성처럼



* 전태일평전 中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6-22 16:23:1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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