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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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1,173회 작성일 16-06-20 06:16본문
도대체 융통성이라곤 없는 뼈다귀들
무리할 수도 있지
정형외과 의사 양반 책상에 모형 등뼈가 굽어 있다
밑에서 세 번째 연골이 찌그러졌다는데
무청같이 새파란 의사가 뭘 알겠어
허리가 머슴처럼 아플 땐 소주가 최고지
한 번씩 앓아 본 사람들이 모여
감자탕을 시키자
돼지 척추가 이불 대신 우거지를 덮어쓰고
구들장 같은 냄비에서 등을 지진다
고단한 등뼈 사이 연골이 보이는데
남이야 죽든 살든 수제비는 흐물거리고
꽃잎 진 개업 화분은 씨앗이 영글었다
기름기 없는 뼈에서 우러나는 진한 맛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푹 고아야
등골이 쏙쏙 빠지려나
감저(甘猪)여
감저여
*甘猪: 돼지 등뼈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6-22 16:23:29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통뼈 앞에 놓였을 처음은 어떡하고 감자를 뒤집어 감저를 우려내셨군요.
멀티태스킹은 아리따운 여성분들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심성 좋고 넉넉한 풍채 지닌 남자 배우도 해내는군요.
월요일 아침 일찍 좋은 분의 시를 대하니 마치 샘물 한 잔 들이키는 것 같습니다.
월말 오기 전에 또 몇 편 보여주실거죠?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통영에서 먼저 뜬 해가 이제야 이곳을 환하게 비추네요.
시도 안 되고 해서 시마을 초기에 자두야라는 닉으로 썼던 글을 고쳐봤습니다.
행여 기억이 아리아리 하시는 분들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실 것 같아 원본을 동봉합니다.
활동을 안 하는 인터넷 카페를 뒤적거리는데 이 글이 보이더라고요. ㅎㅎㅎ
초기에 가졌던 싱그러운 마음이 웃겨서 쪽팔림을 무릅쓰고 올려 봅니다.^^
*등골 빠지는 돼지/자두야
돼지가 감자밭으로 숨어들자
탕 속에선 자글자글 신음이 들끓는다
지금 누가 이 방에서 앓고 있을까
감자는 육수에 싹을 틔우고
수많은 살을 시집보낸 돼지는
고단한 등뼈를 구들장에 지진다
뻐근한 허리 뼈로 등골이 보이는데
못생긴 수제비는
남이야 죽든 살든
늙은 우거지의 치마를 들추고
방, 구석에 살림을 차린 난초만이
꽃잎 하나 내밀어 조의를 표한다
기름기 하나 없는 뼈에서
진한 국물 맛이 난다
나는 얼마나 더 고아야
등골이 쏙쏙 빠지려나
감자탕을 먹는 내내 허리가 아프다
//이젠 제법 멋을 부리죠? ㅋㅋㅋㅋ
좋은 하루 되세여...*^^*
현탁님의 댓글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푹 고아야
등골이 쏙쏙 빠지려나.................
좋은데요
그대나 나나 살을 빼야 등골이 쏙쏙 빠진다니깨요..........ㅎㅎ
난 아직 허리는 안아픈데
새파랗게 젋은이가 허리가 아프다니 못써요 그러문 형보다 더 아프면 ㅋㅋㅋ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이 형 진짜...
새벽에 일어나서 등골이 쏙 빠지도록 돌아치다 왔슴돠.
밖에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 지도 모르겠는 그런 곳에
서 일해 보고 싶다 진짜,,,
이거 시 속에서는 언제나 왕이었는데 최근 이빨 빠지고
허리 몽다리 나갔다 하고 이젠 더더욱 아무도 안 쳐다보겠는 걸...
내일은 또다시 왕처럼 굴어야지...ㅋㅋㅋ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말에 너무 고았는지 등뼈가
빠지려는지 욱신욱신하네요..
좋은 월요일입니다.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하하하~ 신선한 상추와 깻잎 좀 주세요.
도심을 벗어나 작물을 키우시다 보면 저절로
젊어지실 듯 합니다.
강원도의 힘!
오영록 시인님의 건필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따뜻한 관심, 많이 감사합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흠~~~~~~~~~~
시가 숙성하는 맛을......
감자탕이 숙성하는 맛을......
모든 맛에 우선하여.....시에 대한 그리움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좋습니다.~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졸시에 과분한 격찬, 감사합니다.
언젠가 감자탕에 소주 한잔 하며 취해서 실컷 웃는 날이 곧 오겠죠?
더위 잘 피하시고 좋은 일로 한잔 할 일 생기시면 불러주세요^^
최경순s님의 댓글
최경순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등골이 쏙 빠질 때 까지 기다리면서
뜨끈뜨끈한 구들장에서 고스톱이나 한판 치실까요?
막걸리나 한잔하면서~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가 밟고 가는 길이 너의 길이다
네 발자국이 너를 따라 가리라
차갑게 빛나는 겨울나무 하나 네 뒤를 따르고
네 발자국에 괸 고독이 너를 밀고 가리라
눈길 /김완하
잡초인님의 댓글
잡초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에 찾아뵙는 발길 입니다
요즘 제가 많이힘든 시기인것 같습니다
올려주신 고귀한 시들은 잘 보고 있습니다
고현로님에 시 /모기/를 보고 오랜만에
글하나 끄적여봤는데 영 아닌듯....
잘 다듬어진 감자탕 한그릇먹고
정신차려야 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기로 스텔스 전투기의 야간전투를 그려내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저는 그냥 잡모기일 뿐이었는데 잡초인님은 거대한 스텔스라니...
역시 대단하신 분이 맞네요.
하시는 일에 행운이 깃들어 잘 되리라 봅니다.
자신을 굳게 믿고 슬기롭게 헤쳐나가시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