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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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268회 작성일 16-06-30 23:55본문
십리포
바닷가에 앉아 돌을 던진다
굴이랑 조개랑… 부서진 집 위로
밀물이 다투어 온다 뒷물이 앞물을 앞물이 뒷물을 어깨 짚고 온다
녹슨 돌은 해변으로 가고 해변은 발자국을 지운다
파도에 씻은 돌을 눈 안에 넣고 본다
따개비랑 껍데기를 지고 가는 달빛이랑… 한 뼘씩 자라는 집 위에 앉아 멍든 물을 핥는 돌
아무도 아프지 않으니까 아프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옥수수족
신동옥
족장 선거는 언제나 노을 속에서였습니다
해가 지면 하늘 향해 강을 건넜지요
강 건너면 캄캄한 어둠 속에
무럭무럭 자라는 터럭들
움직이지도 못하고 부풀어 푸르딩딩한 몸피들
던져두면 거대한 짐승이
내장을 꺼내가고 눈알을 뽑아가고 불알을 훑고
그렇게
먼저 썩어 먹어치워지는 것들
그것들이 우리를 세우지는 않았을 테지요
우리에겐 아직 할 말이 없습니다
닳아빠진 몽당수염처럼
푸르딩딩한 몸피마저 모두 삭아 날아가면
하얀 나뭇가지들이 뒤엉키다 제 풀에 숨죽여
스러질 뼈들을 기다리며 자라는 터럭들
뼈를 긁고 붙안고
끝끝내 놓아주지 않는 검은 손톱들
끝끝내 온몸은 눈알이고 이빨인데
천둥이고 벼락이고 불덩어리고
말이 없는 우리에게 당신은 없습니다
옥수수를 떠난 수염처럼
족장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
왓칭님의 댓글
왓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무도 아파하지 않으니까 아프다....
활연님의 시는 늘 안개 같은데
이 구절이 안개속을 삐집고 나온 부러진 팔 같습니다.
아픔도 범죄자들의 공소시효 같은 것이 있나 봅니다.
언젠가 죽을 만큼의 아픔이였는데
지금은 아픔이 아니라니..
우리는 죽은 자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한 때 삶이였다는 것을
우리의 장기나 피부처럼 우리와 연결된 우리들 자신이였다는 것을
슬퍼하는 것 같습니다.
옥수수를 떠난 수염처럼...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근에 미래로 가버린 물결학자 앨빈 토플러는
"욕망을 채우려하기보다는 줄임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라." 등등
그럴듯한 아포리즘을 많이 남겼지요. 미래가 멍~, 하다면...
그러나 멍~, 하지요. 그의 말처럼 우리 아이들은 미래에 쓸모 없는 것들을 배우며 시간 낭비하고...
수평선 너머는 보이지 않지만, 더러 눈알을 씻고 멀리 볼 일이다, 앞뒤를 가늠해 볼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멍 때리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삽시다, 요. ㅎ
넋을 잃고 우리는 어딜 헤매는 것인지, 더러 묻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제 글이 안갯속이라, 몽환적이라, 저도 멍해집니다.
시원한 칠월 지으십시오.
원스톤님의 댓글
원스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연님 반갑습니다~~~~~^^
겨울과 여름 사이 잘 지내셨는지요?
와락, 포옹, 찐한 한 잔!~~~~~
느낄 수 있는 시를 느낄 수 있게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ㅎ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인슈타인(一石)님께서 간만에 납시었네요.
반가워요. 그가 우주 여행을 가능하게 했듯이
원스톤님의 詩대성이론이 시 우주 여행을 가능하게 하리라.
격렬하고 고요한 여름하세요.
고현로님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샅을 지나 폐가를 지나 비렁을 지나
가만히 격렬하게 다가오는 해변을 떠올려봅니다.
바닷물을 가슴께까지 채우지는 못하고 새들이 물어다 놓는
윤슬로 풀어지는 섬도 바라봅니다.
시는 길게, 여러 의미를 담지 말라는 파도가 어깨를 짚으며 다가오네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담배를 피우며
불량하게 바다를 바라보시는 모습이 연상이 되는 것은 왠지, 왜인지....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름엔 그늘이 짧아 바닷가에 가, 고즈넉이 수평선을 보거나
돌무지에 앉아 망연해지거나 그런 적이 있지요.
낮달은 공연히 지구를 따르고 빈잔이 되거나 만수위가 되면
으르렁거리기도 하지요. 푸른 짐승이 사는 곳에는
멍든 것들이 많이 짙푸르답니다.
무엇이 시간을 미는지는 몰라도, 미세기를 보면
홀연 시간도 출렁거린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영국할배들의 노망이 섬나라를 혼돈에 빠지게 했듯이
우리 멍한, 과거는 어떻게 미래를 밀고 있는지
잔돌을 주워 돌을 향해 던지면 더러 적중하기도 하고
빗나가기도 하고, 그 무위를 즐기다 그만 저물 것을.
내 머리 위의 팽팽한 정오는 자꾸 기우는데
좌표를 잃은 배처럼 나는 허우적거리는 건 아닌지.
바다가 지척이라, 센티멘탈을 가공하곤 하지만 역시나 시와는 거리가 멀군요.
시 잘 쓰는 높은현자의거리님이 오셨으니
폴더인사! 장맛비 같은 시심이 줄기차게 내리시길.
현탁님의 댓글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멍 떼리면 머리가 맑아 진다는데 전 매일 멍 떼리는데도
머리가 더 멍해지는 것 같아요
아니 원래 머리가 멍했나요 ㅎㅎ
가끔 창문을 보면서 멍 떼리는 것도 좋다생각해요 무언가 아른 거리는 것도 있고
보고 싶은 것도 있고 ㅎㅎ
저도 폴더 인사,,,,,,,,,,,,,하하하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전엔 돌을 던지면 사과탄 지랄탄이 날아왔지요. 거부했으니까
던졌는데 거부를 닭장에 싣고 가 물고문했던 때도 있었지요.
돌을 던지면 멍을 깨는 것인데 멍이 생기지요.
해도 자연은 그 멍을 다 삼키고 해변을 세워 푸른 절벽을 만들지요.
시간은 달이 밀고 당기는 거니까, 바닷가에 포물선을 그리면
좀 맑아지기도 하지요. 너무 많은 돌을 던져 상처를 주었지만
세상은 멀쩡하고 각자 뿔뿔이 격렬한 생활에 뛰어들지요.
세월을 시간을 너무 많이 던져 눈빛조차 멍해진 건 아닌지.
철학이나 예술은 멍, 청함에서 발생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님 말고,
허리는 손가락을 벌려 스마트하게 펴드리겠습니다.
빗줄기 사이로 막가 하세요.
산풀처럼님의 댓글
산풀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런 섬세함과 따뜻함이.
멍든 물에 그만 마음이 철썩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