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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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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20회 작성일 15-09-0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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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하다 2


 섞는다
 페인트가 페인트 속으로 스며든다
 거부반응이 없이 서로 엉긴다
 색이 색을 삼켜 색을 낳는다

 로올러를 들고 벽 앞에 선다
 벽이 없다
 허공이 달려든다
 허공에 대고 로올러질을 한다
 페인트는 흘려내리고
 남색이 번지는 허공
 도드라져 허공을 빠져 나오는 건물들이 착색되고 있다
 왜 그래? 왜 그래?
 휘졌는 로올러는 명랑하고 새김질하는 붓은 외롭다

 이렇게 관계를 종결 지을 건가요

 얼룩진 벽, 헐어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는 지붕 없는 골목이 오리걸음으로 다가온다 오리는 없는데 오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다 뒷짐을 짓는다 꼬리 없는 꼬리가 흔들어 댄다 꼬리뼈가 간지럽다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페인트 통에 벽을 담아 나른다 페인트는 물과 같아서 찰랑거린다 페인트 통 속에 든 벽이 찰랑거린다

 오래된 관습은 무너지고

 길이가 없는 벽은 휘어지고
 분별없이 나타나는 모서리와 맞선다

 꺽이지 않는 골목은 골목이 아니다
 
 늘어나는 모서리를 헤아린다
 벽은 지나가고 모서리는 번뜩이고

 뭉그러진 로올러에서 압사된 건물들이 찍혀나오고 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09 11:45:2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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