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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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푸른별똥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87회 작성일 16-07-28 09:19본문
맨발의소녀
맨발로 지구의 끝을 탐험하러간 소녀는 오지 않았다
소녀의 방에 두고간 목각인형의 눈에 이슬이 맺히고
개울가에 새가 먹이를 노리며 부리를 물속에 박는다
물고기는 새의 부리를 피해 생의 마지막 경주를 하는데
소녀가 남기고 간 발자국에 흰눈이 내린다
누가 소녀의 안부를 물으면 그저 "안녕"하고 인사를 하면
고개숙인 목의 안쪽에 송곳니가 숨어 있다
깨끗하게 닦여진 유리잔이 파편으로 변해버린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 었는지 모른다
실수로 놓쳐버린 유리잔의 잔해는 칼날이 되어
목마른 자의 목에 걸린 비늘이다
무엇이 궁금한 일도 없는 건조한 저녁식탁을 앞에 두고
먹는것이 일상이 되어 나의 목에 걸린 비늘이 보이지 않는다
맨발로 지구를 정복하러 정글의 숲으로 가버린
소녀의 흰 발을 잘라 버린 날,
어느 이름모른 짐승이 우는 밤에 토해내는
몸에 비늘이 없는 자는 누군가의 '안녕'를 쫓고
무채색의 그림속에 갇혀버린 자화상을 뒤로 한 채
사과의 살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맨발로 지구의 끝에 도달한
소년의 피맺힌 발이
나른한 나의 오후의 일상을
날선 칼의 끝에 서게 한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8-01 13:08:33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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