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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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현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26회 작성일 16-08-12 10:22본문
볕이 좋은 날/ 강현진
볕이 좋다며 할머니는
나 보다 수 십 년은 더 쬐고도, 볕이 좋다며
장대비를 지느라 등뼈 불거진 우산이며
방울방울 땀방울을 맺느라
방울 토마토 화분처럼 아버지를 심고 있던 작업화와
속이 뒤집힌 옷가지들을 볕에 널고
겨울에는
팔십 평생 피를 말리며 살아도
말릴 것이 또 남았는지
하늘로 가려고 반쯤 새가 되버린 등을 말리시며
볕이 참 좋네
볕이 참 좋아
쥐구멍에 0.5촉의 눈빛만 켜놓고 사시며
쥐구멍에 볕들 날 기다리다
당신이 참 좋았던 시절도
내 새끼가 최고 였던 시절과
돈이 최고였던 시절 다 지나
참 좋던 것들을 향해 안으로 안으로
끌어 들이던 것들을
이제는 볕이 참 좋아
베란다로 옥상으로 마당으로
밖으로 밖으로 끌어 내신다
얼굴이 그을린다고
햇빛만 보면 오만상 다 찌푸리는 나는
열댓살 계집 때 오른 물에 빠져
아직도 허우적거리며
볕 좋은 줄을 몰라
보습을 한다고 그늘을 찍어 바른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8-17 14:57:1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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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태승님의 댓글
강태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겹거나 단정한 그러면서 숙련된 솜씨-
즐겁게 읽고 갑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