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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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5건 조회 2,099회 작성일 15-09-09 10:19본문
근처
*그곳은 선상지다.
늑골 안쪽으로 물뱀을 풀어 시퍼렇게 바다가 온다. 그 끝에는 형광 불빛 정박지 오질애도(吾叱哀島)가 있고 깊숙이 소래로 가면 폐염전이 있다.
*더러 머리 없는 몸통이 머릴 찾아 두리번거리고 제각기 부려놓은 몸들이 부서진 부속처럼 글썽거린다는데,
*편도를 달리면 다시는 회색도시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 공장 굴뚝보다 높은 구름이 바닷바람에 씻기어 희게 떠 있다.
*화력은 바다에 발목을 묻고 불을 나르지만 뜨겁지, 뜨겁게 않은 섬들.
*말하자면 외로운 새들만 모여 사는 거처; 등골이 솟아, 거뭇하게
*갈매기를 기른다.
*반쪽 달 공단과 편안한 산 공단을 둘러 수챗구멍 가득 도시를 게워냈지만 바람개비처럼 휘적휘적 해풍을 불어내며 솔숲은, 열 받아 미친놈 하나쯤 그늘에 반나절 재우다가
*방조제가 기나긴 다리를 벌린다. 캄캄하고 질척한 구멍처럼,
*떠돌다, 지치고 머쓱해진 사내를 받아내는 따뜻한 자궁처럼,
*
*상처에 왕소금을 뿌리듯 뭍과 바다; 이분법으로 갈라놓은, 어떤 썩어 문드러진 것들도 방조ㅡ하는 방파제가 있다. 그 귀퉁이 방아머리 선착장도 있다.
*바다에 가기 좋아하던 사람들.
*
부채꼴로 펴진 기억은 모래알을 삼킨다
*천국과 지옥으로 트인 아우토반 같은, 그러나
*수만 물길 거슬러 닿기엔 먼,
*너무나 먼먼,
*달의 정박지엔
*다만 울고만 있는 밤이 있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속의 눈보라
박진성
우리는 가만히 앉아 손톱 사이로 들어오는 세계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거울 속엔 눈보라, 그리고 걸어가는 사람들 천천히,
몸이 없는 바람과 마음이 없는 유리 그리고 밤하늘을 데려가는 별자리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어제 죽은 사람은 모두 서른일곱 명, 유리에 붙어 우릴 보고 있는 좀비들, 자, 우리의 손톱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손가락이 모자라요
노래는 넘치죠
시계는 시계의 세계에서 돌고 우리는 시간이 없는 것처럼 그리고 그림자를 데리고 사라진 태양에 대하여,
속눈썹에 앉아 있는 세계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거울 속엔 여전히 눈보라, 그러나 갈 곳이 없는 식물들, 다른 피로 모든 곳을 갈 수 있다고 다른 피로 당신은 말하겠지만
물에서 녹는 긴 긴 눈, 청어보다 더 푸른 것들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청어가 좋아요
먹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긴 긴 지느러미들, 우리가 물속에 있다고 말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안 되나요 구멍은 없어요 우리가 구멍이니까요 흐르는 흐르는 물속의 눈보라,
물속에서 다 녹아 버린 눈들에 대해 우리는 말하면 안 되나요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어가는 가을 늘 좋은일만 있으시구
정삼각형 하나의 내각으로 인사 놓고 갑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거의 산문
고현로님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명 깊게 잘 읽었습니다. 땀을 흘리고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가을 하늘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좋은 계절, 건필하세요.
부족한 감상평으로 누를 끼치느니 추천으로 대신합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창밖 멀리 별 하나가 눈을 깜박거리는 밤입니다.
글이 안 되면, 길게
바지게에 황금빛 가득 싣고 가는 가을 되십시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달이 밀고 당기는 근처의 정박지에서 선상지의 옛 정취를 잃고 헤매는 밤인가 봅니다
둥근 달 맞아 맑고 높은 가을하늘로 훨훨 나십시요
근처에서 왔다갑니다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동네 우리도시 우리...그것은 우리이기도 하고 테두리이기도 하겠는데
바다가 품고 있긴 하지만, 어떤 면에선 쓸쓸한 도시다,
그 근처에 산다. 뭐 그런 지루한 묘사입니다.
가을 넉넉하십시오.
誕无님의 댓글
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른 공부를 하다 잠시 쉬어갈 겸,
창작시방에 들러 첫 번째로 클릭한 글이 활연님의 글입니다.
글이 굉장히 좋습니다.
제 눈에는 흐트러짐 하나 없습니다.
아주 잘 썼습니다.
그래서 행을 여러 차례 왔다갔다하며
천천히 깊이 있게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아
저도 글 한 편 써 올렸습니다.
얼렁뚱땅 넘기지 않고
'콕 집어 주는 김자옥 법칙'으로
제 눈으로 읽은 감사평을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대상을 두고 일반적 통속을 깬 역방향으로 쓸어담은 시선이 참 부드럽습니다.
행, 행마다 번뜩이는 영감도 많이 서려 있고요.
문단은 이러한 분 잡아가지 않고 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글 아끼지 않으시고 올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 잘 챙기십시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자옥 법칙?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시가 안 되는 글.
무변 뜰채에 푸른 물 뚝뚝 듣는 가을하늘 포획하십시오.
고맙습니다.
파도치는달님의 댓글
파도치는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전히 읽기 귀찮은 글이네요 ㅎㅎ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생각없이 읽었지만
무감동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랑합니다 활연형님 ㅎㅎ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화도 보고 책도 좀 읽고 사색이 되도록 사색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기호를 연속적으로 쓰는 습관
참 안 좋다는.
이 기호는〈아베의 가족〉을 쓴 소설가 전상국 씨가 수십 년 전
한두번 쓴 것이지만,
파도치는달님의 댓글의 댓글
파도치는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연형님을 보고 있으면
이 시마을에서 유일하게 빠찡코 아이디쓰시는분하고 비교가 됩니다
그형만큼 미친사람을 본적이 없는데 형이 딱 그짝임
그짝 그와 짝
시에 미쳐있는 형님 아름답습니다
저보다 연배도 높고 훨씬 견문도 넓고 사람이 가져야할 것중에 대부분을
다 아실텐데도 시를 가지신거 보면
고개 숙여봅니다 ㅎㅎ
파도치는달님의 댓글
파도치는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하지만 시는 아직.. 글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 흥이라지요. 밭도 논도 못 가는 괭이도 날구 오질이는 좌선하구
끝없이 펼쳐진 뻘구디도 있구 블랙라떼를 맹가는지 공단 굴뚝은 연실 구렛나루를 나부끼구, 고 오데 옆 뽈떼기엔 묵직한 시비들도 있어 님하, 니 이런 시 쓸 수있니 시비도 걸어오는 근처를 거닙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는 이 때
동주의 별 하나하나에 서글픈 말 한마디씩 불러주어야 할 밤이
있군요.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활연을 위하여!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지내시지요, 이윽고
가을입니다. 먼먼 바다는
늘 슬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