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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떨어진 매미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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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현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936회 작성일 16-08-18 16:15

본문

길에 떨어진 매미를 보며/ 강현진

 

 

숨어 살던 버러지의 습성을

칠년이나 숨어 살던 땅에 묻어 두고 왔어야 했다.

이제는 아름드리 나무의 갈라진 피부에 발끝을 밀어 넣고

조용히나 할 일이지

제가 나무인 것처럼 숲을 호령한다

 

비겁(劫)이란 살아도 살지 못한 시간이다.

 

가을이 오면  그대가 여름 다 가도록 버린 익선관을 피하느라

행인들의 걸음이 발등에 팻돌을 얹은듯 하리니,

머리는 관의 끈이 늘어진 ()의 형상이

긴 쪽을 지고 갸우뚱하며  가랑이를 벌리고

계집 女의 형상에 이르러  一德(일덕)을 버리고,

오로지 맑은 이슬만 먹고 살므로 그 맑고 깨끗한 ()에서

같은 물이라고 물 水 변을 끌어다가

고기도 탐하고 술도 마신 濁을 흘려 보내려 하여 二德(이덕)을 버리고,

그 사람이 먹을 곡식을 함께 먹을 일 없다고

그 사람의 피울음을 그 사람의 논바닥에 쏟았으니

그 몰()三德(삼덕)의 失이고,

다른 벌레들처럼 굳이 집을 짓지 않으면서

나무 그늘만을 취하여 숨어 사니

(검)이 속이 검을 黔이라  四德(사덕)을 버렸고

철 맞추어 허물을 벗듯 사람을 벗으니

()이 言만 남았으니 五德을 버렸으니

冠이 모자가 된 세상이라

冠을 길바닥에 씌우고 주둥이 되바라진 모자를 쓰고

가을볕을 피해 찡그린 눈꺼풀처럼 또 눈동자를 감추고

풀잎들의 오금 아래 숨어서

너는 이제 귀뚜라미가 되려나,

차마 깍아버리지 못하는 사념의 한가운데

뼈처럼 박아 넣은 가르마 밖에는 관이 없는

나는 계집의 文을

궤일 자리 없는 갓끝처럼 늘어뜨리고도

사람 없는 울음을 나는 울지 않았다.

실덕한 관들을 하나 둘 씩 쓰고

시방은 길바닥이 왕이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8-22 10:43:2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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