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하는 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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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면책특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134회 작성일 16-09-03 10:20본문
실존하는 욕실
1
그 욕실로 들어서는 중이라면
그림자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황급히 어둠을 챙겨들고 사라지는
찰나의 누군가가 있었더라도
세계의 귀퉁이에 오래 앉아
우리는 생을 꾸려보기도 했네
잘 개어져 돌아온 수건의 마음이 되어 이해하고 싶었네
아무렇게나 젖어 있는 것들 사이 내팽개쳐진
생활이라는 것
살아가기 위해 던지는
작은 천 조가리 같은 것을
2
치약 뚜껑을 주우려
어두운 곳에 손 뻗었을 때
순식간에 침범하고 만다
내 손이 저편 어딘가를 스치고 만 것이다
죽은 어머니의 옷깃 같은 것을
지금 막 자신의 집을 망가뜨린 나를
본다 거미,
무엇으로 보여지는가
너의 곁눈 속에서 나는 몇 개의 음영으로 흩어지고 있나
그러나 너도 이곳에서
생을 꾸려보고 있었던거라면,
쉽게 발견되지 않지만
언젠가는 발견되고 마는
누군가에게 그려 주고픈
그림자의 색을 생각하는 생을
3
문득 돌아보는 거울 속의 나는
오래전에 내팽개친 것들을
도로 담고 서 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타인의 눈빛을 하고
타인의 눈빛을 하고 있을
나를 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최후의 사람입니까?
4
욕실의 불들이 꺼지고
타일 벽 위로
포착되지 않는 지금으로 거미들
내려오는 밤
어둠 속에 앉아
누가 물방울을 놓아주고 있다
가장 소중하고 가장 무위한 것들로
명패 없는 저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1
그 욕실로 들어서는 중이라면
그림자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황급히 어둠을 챙겨들고 사라지는
찰나의 누군가가 있었더라도
세계의 귀퉁이에 오래 앉아
우리는 생을 꾸려보기도 했네
잘 개어져 돌아온 수건의 마음이 되어 이해하고 싶었네
아무렇게나 젖어 있는 것들 사이 내팽개쳐진
생활이라는 것
살아가기 위해 던지는
작은 천 조가리 같은 것을
2
치약 뚜껑을 주우려
어두운 곳에 손 뻗었을 때
순식간에 침범하고 만다
내 손이 저편 어딘가를 스치고 만 것이다
죽은 어머니의 옷깃 같은 것을
지금 막 자신의 집을 망가뜨린 나를
본다 거미,
무엇으로 보여지는가
너의 곁눈 속에서 나는 몇 개의 음영으로 흩어지고 있나
그러나 너도 이곳에서
생을 꾸려보고 있었던거라면,
쉽게 발견되지 않지만
언젠가는 발견되고 마는
누군가에게 그려 주고픈
그림자의 색을 생각하는 생을
3
문득 돌아보는 거울 속의 나는
오래전에 내팽개친 것들을
도로 담고 서 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타인의 눈빛을 하고
타인의 눈빛을 하고 있을
나를 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최후의 사람입니까?
4
욕실의 불들이 꺼지고
타일 벽 위로
포착되지 않는 지금으로 거미들
내려오는 밤
어둠 속에 앉아
누가 물방울을 놓아주고 있다
가장 소중하고 가장 무위한 것들로
명패 없는 저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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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실, 우리는 욕실에서 목욕 (샤워라도 좋고) 합니다만.. (저 같은 경운 한달에 두번)
마음의 찌든 때는 그냥 남겨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무튼, 겉만 때 빼고 광내고 그럽니다 - 나만 그런가?... 암튼,
요즘처럼, 사람이 사람을 읽는다는 게 서글펐던 적도 없는 거 같은데요
"우리는
서로에게
최후의 사람입니까?
이 작고 작은 세계의, "
시를 읽으며, 이 구절에 못 박힙니다
어제, 오늘.. 게시판에 올라온 시들을 읽으며
반성만 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뉘우치게 해 주셔서
늘 건강하시고 (건강이 제일 소중)
건필하소서
면책특권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