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5] 가을을 앓는 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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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081회 작성일 16-09-05 21:23본문
가을을 앓는 자 무죄 / 채정화
마른꽃잎 같은 날들
또옥, 떨어지고
물속에 가라앉은
하얀 달
둥글게 파문 짓는 물살
아득한 단애의 끝
간당거리는 *구름체꽃
서걱서걱 제 몸 부딪히며
턱밑까지 차오르는 가을
호명하지 않은
아직은 낯선 날들이
두렵기도 해서
흑백 건반위 발을 올리고
위태롭게 서 있는데
서풋서풋 멀어져가는 그림자
이 땅위에
영원한 건 없다는 듯,
가을을 앓는 자
무죄!
*산토끼풀과에 속한 두해살이 풀
솔체꽃으로도 불리는 청보랏빛 꽃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을 앓는 거까진 그런대로 용서받을 수 있지만
- 가을과 절친인 제 입장에선 용서하기 힘들 거 같다는 (웃음)
하지만, 가을임에도 사랑을 하지 않는 者... 무조건 유죄 !
아, 그러구 보니 그건 저네요 (ㄸ, 웃음)
그건 그렇구
魂은 왜 그리 빨리 지우셨는지
그 무슨 속독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암튼, 번개에 콩 구어먹듯 감상했다는요
참, 오랜 만에 오셨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뵙는지 모르겠지만 (근데.. 도대체 이건 또 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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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 채정화
냉장고 정리를 하다
구석에 방치된 마늘을 본다
군데군데 여린 속살이 짓물러
홈이 패인 생채기
한기가 스밀 때마다 오그라드는 심장을
바짝 웅크렸다 늘렸다 제 몸끼리 비비며
얼마나 안간힘으로 버텼을까
변방의 부패를 막지 못한 회한으로
끈적하게 묻어나는 눈물,
허물어진 상처마다 도려내져
고요히 제 몸 녹여
헌신하는, 혼
나는, 누군가에게
고요히 내 혼魂 녹여
텅 빈 허기 채워준 적 있었나
밤새 외로움에 몸을 떨며
우는 이와 함께
울어준 적은 있었을까
아, 이 향기 알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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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니,
그 언젠가 올리셨던 시인님의 수필 한 편도 생각나네요
냉장고에서 우연히 발견한 감자에서 돋아난 싹을 보고
눈물 그렁하셨다는..
아, 魂.. 그리고 그 향기
한편, 제 졸시 <머플러 사랑>도 떠 오릅니다
머플러 사랑
언제나 생경(生硬)하기만 한,
캘거리의 겨울은
남의 땅에 사는 댓가처럼
혹독하기만 하다
영하 20도의 혹한(酷寒) 속에,
사랑이 없는 거리를 걷는다
차가운 바람이 빈 가슴을 할퀸다
목에 두른 머플러가,
안간힘으로 나를 끌어 안는다
목 끝까지 차오른 가파른 추위를,
머플러는 온몸으로 막아낸다
눈물이 난다
나도 이 머플러처럼 깊은 영혼 기울여,
그 누구를 끌어 안은 적이 있었던가
문득, 지나가는 낯선 사람을
포옹하고 싶어진다
그 역시, 사랑도 잊은 채
외로운 삶을
살고 있을 것 같기에
모처럼 올려주신 귀한 시를 읽으며
쓰잘데 없는 얘기만.. (웃음)
건강하신 거죠? - 그렇다고 말하기
두편의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심을 먼 곳에서 기원합니다
貞和 시인님,
하늘은쪽빛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심히 마늘을 보다가
상처가 눈에 띄어,
에긍..조금 더 퇴고가 필요한 듯하여..急,내렸는데
그래야 거기서 거기지만,
이벤트 때나 함,날개 퍼덕여봐야죠..
언제 보셨는지, 암튼, 대단하셔요
뭐가..?속독이죠..모, 실력, 녹 안 슬으셨는데요..
평소 부지런하게 습작을 해야는데,
한 게으름 하다보니
실핏줄 터질려고 해요 에요..
조오기..시 세련되게 잘 짓는 시인님들 짱,부러움..ㅎ
올려주신 머플러, 참 따습게 감겨오는 이미지
더불어 잘 감상하구요 ~
근데, 건강 잘 챙기고 계시는 거죠..그러시리라 생각함
부족한 글에 다녀가심 감사드려요..^^
풀잎12님의 댓글
풀잎1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으로 가을 바람을 닮은 글입니다.
그 바람 깊은 보물함 속에서 잠자던
이야기 같고 비밀인 것 같기도 합니다.
고운 글에 즐겁게 머물다 갑니다.
하늘은쪽빛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많이 부족한 글인데,
퇴고한다고 손때만 잔뜩 묻었네요
귀한 말씀으로 격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건안건필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