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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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1,292회 작성일 16-09-19 13:19본문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9-22 13:55:29 창작시에서 복사 됨]맥문동
(麥門冬)*
그 마을엔
보릿고개 너머 까만 눈이 껌벅거리지
파란 그늘이 쌓인 청보리밭
수상꽃차례 여름이 오면 노랗게 웃지
보리 마을 산탄처럼 흩어진 참새들
무너진 돌담이 햇살 한 모금 들이키고
땡볕에 그을린 보랏빛 화관을 쓰지
벙어리장갑 낀 길섶마다
사슴의 까만 눈을 따다 걸어두었지
허공을 쪼개며 우짖는 새소리
와와와 마른 물도랑 젖줄 대는 마을엔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나 아무에게라도
꽃불 활활 타오르지
깊은 땅심을 향해 고갤 숙인
키 큰 적막 아래로 눈이 내리지
사시사철 푸르디푸른 잎맥을 흐르는 강과
잎살에 낭창거리는 바람
초록 눈 질끈 감고
깡깡 언 얼음 그릇
부시고 있지
* 백합과(百合科 Lili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라는 이름의 시답지 않음
김민정
시라는 것은 가만히
있다가, 배를 잡고 고꾸라지는 찰나
그대로 돌인가
돌았나,
돈을 놓아두고 가는 여자의 치맛자락을
배은망덕 물고 늘어지는 호랑이
야, 이 호랑아!
무릇 범을 말할 참이었는데
포도송이무릇 언제 꽃 다 피고 져서
파밭일까
게서 웅크려 힘주느라
나는 오늘도 똥꼬가 젤 아프다
`
강태승님의 댓글
강태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팽팽한 탄력성 시인만의 독창성과 싱싱한 생경한 이미지 -
언제나 한 수 익히고 갑니다 - 날씨 참 좋습니다 ㅎㅎ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군가 작은 새 한 마리를 보내주었지
하늘 높이 날다가
죽을 때 딱 한 번 땅에 닿는다네.
노래 가사가 참 시적이지요.
오래된 끄적거림 몇 자 고쳤습니다.
자연주의자 형님께 인사.
고현로2님의 댓글
고현로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미지 이벤트 같습니다.
보릿고개 너머 까만 눈, 사슴의 까만 눈,,,
제목을 없애고 이 시는 과연 무얼 말할까요? 하면...
와~~~ 맥문동! 할 것 같습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진술을 묘사처럼 하면 딱 좋을 것인데
그냥 묘사일 뿐이지요. 이미지 저미지도
화폭에 옮겨지다 만 듯.
소소한 것, 사소한 것들의 힘을 느낄 때가 있지요.
울창하던 숲도 이내 알몸이 되리라.
긴 연휴로 정신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었네요.
시 근처 나들이 혹은 배회.
자주 쫄깃한 시 보여주셈.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좋은 시와 함께 덤으로 얹어주는 넉넉한 활연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작품 잘 읽고 있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겐 낯선 닉이라서 몇 편 찾아 읽었습니다.
시를 잘 쓰시는 분 같습니다.
이곳에서 좋은 시로 늘 환하십시오.
현탁님의 댓글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평소 글씨체가 아니다....ㅎ
이 깨끗한 서정 눈부시다
배웁니다 샘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 타나 봅니다. 수년 전 눈알 하나 꺼내들었는데
보리 문 겨울,
식물 하나에 많은 제목이 들었어요.
요즘은 책상머리에서 물리친 게 시라
시시합니다.
쇄사님의 댓글
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가단판에서는
잔디가 죽은 자리에는 반드시 맥문동을 심지요.
땜빵!의 풀
맥문동. 늘 음지에서만 보던 것을
이렇게 환한 대낮에도 봅니다.
눈길 주지 않아 눈길 잡아끄는, 꽃도 아닌 것이
꽃 같기도 한 .... 내게는 좀 서러운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의도가 분명한 글은 싫어하는 편인데
그때는 이러구러 많이 적었구나 싶어요. 길을 가다 꽃을 보면
못 본 척하지요. 나와 너무 먼 당신 같아서.
세상에 아름다운 건 지천인데
인간이 밟은 땅엔 풀도 안 자란다 싶어요. 시가 촉 하나
세우는 거라면,
그 촉 한겨울이라도 흔들리지 싶습니다.
신석기 저녁에나 쓴 것 같아서, 오래 방치했는데
조금 칼질.
고현로2님의 댓글
고현로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침마다 개 밥그릇을 씻고 나면 흩어진 밥알을
참새들이 물고 가더군요. 창고 조경수로 서있는
삼나무에 무리를 지어 앉았다가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화살처럼 날아가곤 하는데 저는 꼭
바닷속의 멸치 떼가 흩어지는 것 같더군요.
땅이 바다고, 바다가 땅이구나 싶기도 하고 서로
닮은 모습들이 먼 우주에서는 다 똑같은 세포에서
분류된 것 같기도 하고요.
우야둥둥 참새떼를 뭐라고 묘사하고 싶은데
표현력이 없어서 속만 답답하더군요.
"보리 마을 산탄처럼 흩어진 참새들"이란
표현은 참 그럴듯해 보입니다.
"허공을 쪼개며 우짖는 새소리"에서도
무릎을 탁! 쳐보고
"무너진 돌담이 햇살 한 모금 들이키고"라는
표현에서는 아, 이분 역시 연애의 고수 즉,
선수이구나 싶더군요.
계급장 없이 백의종군이 평소의 기상이시니
이리 함부로 해부도 해보는 것이지 만약에
별이라도 어깨에 다셨다면 어디 감히....
5백 년 동안 등단은 거부하시고
이곳에서 시나 사사해 주셨으면......
시엘06님의 댓글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붓이 아닌 글로 그린 풍경화!
참 아름답고 눈부신 풍경화입니다.
이 세상인데 이 세상 같지 않은, 먼 곳에 있는 신비로움.
날카롭고 먼 시선으로 화폭에 옮겨놓은 듯.
마음을 정화하고 갑니다.